“그토록 너를 간절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더냐.”
쇠파리의 애걸복걸에 못 이긴 금부처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깜짝 놀란 쇠파리가 금부처의 인중 위로 날아가 앉았다.

“나라를 살 만큼 많은 재물을 모아두었는데 갑자기 숨이 멈췄어요. 돌아가면 그 재물로 세상을 바꿀 겁니다.”
쇠파리는 부처의 귀 언저리로 다시 윙 옮겨 앉아 또다시 앞발을 비비며 화려했던 과거지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재물은 고이면 독이 되느니라.”
귀가 간지러운 부처의 손가락이 위로 향했다.

“달라 한 적 없는데 사람들이 찾아와 바치던걸요.”
쇠파리가 날개를 털며 말했다.

“근본으로 가거라.”
간지러움을 못 견디고 부처는 귀를 득득 긁었다.

부처 곁에서 꾸벅꾸벅 졸던 제자가 눈을 번쩍 뜨고 얼떨결에 부처의 손가락이 움직인 수를 셌다.
그리고 그 수만큼 윤회 시침을 돌렸다.

쇠파리는 똥통 속의 구더기로 돌아갔다. 오물 속에서 눈을 뜬 구더기가 비명을 질렀다.

‘이건 꿈이야.’

오물 더미에서 오글거리던 다른 구더기들이 귀에 익은 음성을 반기며 다가왔다.
구더기는 흠칫 놀라 뒤꽁무니로 물러났다.

“이 미천한 것들아. 저리 물러가라.”
구더기가 오물에 꽁무니를 비비며 고함쳤다.

“우리도 저 못지않았는데 여전히 안하무인이군.”

다른 구더기들이 등을 돌렸다.

한정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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