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상 체계 출현이다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핵심가치는? 김백산l승인2012.07.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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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 상황의 대결 구조는 남한과 북한 사회 양쪽에서 모두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상황을 발생시켰다. 냉전 상황은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만들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통일된 국가에서는 갈등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어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이 충실히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통일을 보편적 인권 보장과 참된 민주주의 실현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통일정책을 수립할 때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통일 이후에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이루지 못했을 경우 예멘과 같은 비극적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예멘의 경우 통일 이후에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하고 권위주의 정권 하에 수많은 인명이 반정부 투쟁 중 희생당하는 참극이 계속되고 있다.

보편적 인권의 보장과 민주주의 실현

참된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 실현에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현재 자본주의와 결합한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각종 부작용이 그것이다.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1990년대 초 사회주의의 붕괴를 목격하며 자본주의를 기초로 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인간 발전을 위한 궁극의 사회체제인 양 추켜세운 적도 있었지만은,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자본주의의 한계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물질의 풍요 속에서 인간성은 상실되고 윤리와 도덕은 붕괴되었으며 다수의 풍요 속에 소수가 소외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 본성의 왜곡된 형태인 이기주의와 쾌락주의를 더욱 부추기면서 그 내적 모순을 키우고 있다. 최고의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는 국가들이 역설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율과 이혼율을 보이고 있다. 사회주의체제 붕괴 이후 최고의 해답으로 생각되었던 자본주의 체제 또한 인류에게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의 실패는 역사적 사실이고 자본주의 또한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이라고 까지 표현할 만큼 가장 발전된 사회체제는 될 수 없음이 자명해졌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쪽의 모순점을 극복하고 보다 고차원적인 정신문명을 이룩할 사회 체제는 건설할 수는 없는가? 이는 인간 본성을 선한 것으로 전제하고 그러한 본성에 부합하며 도덕적 내용을 포함하는 사회 체제다.

인지와 영성의 발달, 과학 기술의 진보를 통한 역사의 전진적 발전을 고려해 인류 모두의 평등한 발전을 이룩하고자 한다. 인간의 선과 정의, 보다 좋은 사회를 지향하는 열망들이 집약되어 하나의 통일된 체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가장 진보적이고 발전된 새로운 사회체제를 건설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반도 통일의 역사적 당위성이다.

민족 번영과 민족 문화의 창달

대한민국의 국민들 중에서는 통일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통일이 자신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삶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상태가 크게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통일 운동이 시민들의 삶과 유리되어버린 데 따른 결과다.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사상과 이념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이 필수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통일의 목적이 민족 번영과 민족 문화의 창달을 위함이라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과거 예멘과 베트남, 독일의 통일의 사례를 들며 사회 통합 과정의 통증과 통일 후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민족적 이득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독일의 경우 통일 이후 기대했던 것만큼 경제적인 부흥이 일어나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통일의 과정을 통과한 독일은 후유증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점이 지난 후에는 대부분 안정된 상태로 통일의 이득을 누리고 있다. 이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듯하다. 단기간의 후유증을 두려워해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은 다분히 근시안적인 관점인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통일 후에 들어갈 비용을 민족의 장래를 위한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소모적인 정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쓰였던 군비를 생산적인 차원의 경제 개발과 고용, 민생 안정과 복지를 위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가 결실을 맺어 민족적 번영을 위한 긍정적인 기반을 닦게 될 것이다. 통일 비용은 시간이 지나며 소멸하는 한시적 비용이지만 분단비용은 통일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2007년 ‘국회예산결산특위’가 작성한 ‘통일비용과 통일편익’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2015년, 2020년, 2025년, 2030년 각각 통일된다고 예상했을 때 분단비용과 통일비용은 다음과 같다. 1조 3,123억 달러 vs 8,577억 달러, 1조 4,931억 달러 vs 9,912억 달러, 1조 6,837억 달러 vs 1조 1,589억 달러, 1조 8,886억 달러 vs 1조 3,227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통일비용은 분단비용 보다 훨씬 적다. 그리고 통일은 빨리 할수록 유리하다. 통일 후 투자비용은 지속적인 분단으로 인해 불필요한 곳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기 때문에 통일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익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측면을 고려해 봤을 때 지금부터 통일 준비에 들어가야만 통일 후에 일어날 여러 사회적 갈등들을 빠르게 극복하고 정상적인 발전의 궤도로 진입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간접세 형식의 통일세를 신설하고 통일기금을 조성하여 이러한 자금들을 북한에 대한 지원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통일세 추렴의 방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직접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부가가치세와 절충한 간접세의 형식이 최선의 안이라고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15일 발표한 '2012년 남북 관계 대국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73.7%가 '통일은 필요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통일세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통일과 그 방법론에 대한 대국민 교육과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신문화적 차원에서도 분단으로 인한 이질적이고 대립적인 문화요소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새로운 통일문화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그 문화 운동이 민족 번영과 민족 문화를 창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룩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사실 통일연구원 김태우 원장은 통일 비용 문제에 대해, 통일이 가지는 세계사적이고 민족사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통일을 ‘비용 대 편익’이라는 셈법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이 통일을 통해 세계사 속에서 더욱 의미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이는 비용차원을 넘는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민간단체들이 힘을 모아 통일이 이렇듯 민족사 전환의 계기, 한민족 웅비의 시대를 열 발판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널리 공유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통일 성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국민들을 독려해야 할 것이다.

한민족 평화 공동체 사회 건설

북한이 붕괴되어 남한에 경제적으로 흡수되거나 남한이 북한에 의해 무력으로 통일되는 방식의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독의 사회주의가 급작스럽게 몰락해 서독의 자본주의 사회로 흡수된 것, 베트남의 경우처럼 무력 전쟁에 의해 사회주의로 흡수 통일된 역사적 사례들은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필히 이런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반드시 점진적인 교류와 협력 과정을 거쳐서 남북한 주민들이 선호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제 사이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점차적으로 동질화 과정을 거쳐야만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사실 동서독의 통일의 경우에는 사회주의권의 붕괴가 통일을 촉진하긴 했지만, 그 전에 이미 동서독 간에는 많은 교류가 진행되고 있었다. 통일 직전 동독과 서독은 정치적 분단을 제외하고는 경제 및 사회, 문화 각 부문에서 상당 부분 동질화된 상태였던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간 교류가 동독과 서독 국민들의 상호 신뢰를 증진시켜 통일 독일을 이루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또 점진적 통일은 경제적으로도 큰 이득이 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남성욱 소장이 작년 2월 열린 통일정책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2011∼2040년에 걸친 점진적 통일 비용은 총 379조9600억 원(3220억 달러)이 소요될 것"인 반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통일비용은 2525조(2조14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통일을 위한 점진적인 교류와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어 "중국이 한반도 통일 불가 입장을 고수, 북한이 우리나라 자본주의에 편입되지 않는 상태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견지하는 '혼합형 통일'을 이룬다면 엄청난 규모의 비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러한 차원에서 통일을 위한 체제의 상응성을 높여 나갈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남북한 사회는 평화통일이라는 하나의 대의를 공통분모로 하여 각각의 체제를 통일 지향적으로 변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해 경제적 파이를 키워야 한다. 이와 동시에 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소외 계층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소득 분배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등 지금보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미리 갖추어 두어야 한다.

북한은 정치적으로 다원주의적 요소를 적극 수용해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경제적으로는 사적 소유제 개방 및 확대, 자영기업 확대, 경제개방과 개혁으로 시장경제적인 요소를 수용해 남북한 체제의 상응성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양측 정부는 더 이상 통일을 정권적 차원의 안보논리에 종속시키거나 특정집단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고 방식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족공동체 의식을 배양하는 문화적, 심정적, 혹은 교감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통일을 위한 근본적 기초로서 가치를 가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전체와 개인이 하나라는 연대 의식을 가지고 통일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남과 북의 모든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이라는 의식 하에 통일된 민족 국가를 창건하여 대립과 갈등을 지양한 조화로운 세계를 창출해야 한다. 인간과 인간이 개별적으로 소외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일적인 의식을 이루는 일부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곳에 자신들을 동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측면에서 개성을 최대한 발휘해 나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전체 속에서 개인이 소외되지 않고 개인을 위해 전체가 유린당하는 모순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본성에 부합하는 사회 체제 지향

인간은 내면에서는 사적 소유를 추구하면서 형식은 공동 소유, 공동 분배, 공동 정치 등의 공동체 이상을 추구하는 모순적인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 존재의 양면성을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대하면 오늘날 글로벌 패러독스(Global Paradox)와 같은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존 네이비스트가 주장한 개념으로 세계화(Globalization)를 통해 세계경제가 확대되면 될수록 작지만 강력한 조직의 역할과 힘이 강력해지고,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의 행동은 각자가 속해 있는 사회, 문화에 더욱 집착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실제 현대 세계는 국가단위에서 지역공동체, 세계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면서도 동시에 반대로 개인, 가정, 종족, 민족적 특성 즉 개별공동체를 강화하려는 쪽으로 나아가는 모순적인 경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문명의 통합과 통일을 지향하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데 반해 국지적인 측면에서는 상호 배타적인 문명의 대립과 충돌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념에 기초한 냉전 시대가 붕괴된 이후 세계는 급속하게 민족과 인종, 그리고 종교를 바탕으로 한 문명과 문화적 차원의 개별 공동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지적인 문명 간의 충돌이 빈발하고 있으며 그 정점이 9.11 테러 사태로 나타났다.

20세기는 인간 본성의 양면적 성향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체제 이념으로 전 세계적 차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속성은 본질적인 차원에서 볼 때, 상호 모순되는 것이 아닌 상보적인 관계를 가진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속성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일방으로 치우쳐 하나의 특수한 사회구성체 형태로 나타난 것이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근현대사를 통해 우리가 경험해왔던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도 인간본성의 양면적 차원 중 한 측면을 강조해 전개해 놓은 사회체제라는 것이다.

완전한 체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내용과 형식이 통일되는 새로운 사회 체제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 그것은 인간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두 사상이 그 자체의 모순과 갈등에 의해 스스로 매몰된 후, 인류 스스로 새로운 사상 체계의 출현을 절실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이 세계사적인 사건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모순을 동시에 지양하고 인간 본성에 가장 합당한 새로운 사회체제를 창출해야 한다. 이러한 역사적 필연성에 기초해, 한반도에서는 기존의 대립적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가 인류 평화공동체비전을 실현하는 새로운 사회체제로 통일되고 이 체제가 세계적 차원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통일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통일문명시대를 여는 진원지가 될 것이다.


김백산 지구촌평화연구소 대표

김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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