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 선 예쁜 사슴의 눈, 문득 번개 치듯 깨닫다

한자숲 노닐기-길 도(道) 강상헌l승인2012.07.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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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이치 근원 사상 인의(仁義) 덕행 등 큰 뜻 담은 글자입니다. 기능 방법 기예(技藝) 등의 실용적인 뜻도 있지요. 요즘 많이 쓰는 소통(疏通)이란 말과 같은 뜻으로도 쓰입니다. 바둑과 장기에서 말의 운용(運用)을 이르는 행마(行馬)의 뜻으로까지 쓰이니 이 단어 하나로 참 여러 뜻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도(道)의 변천<민중서림 한한대자전>.

중국 문자고고학자 동작빈(董作賓1895~1963)이 갑골문으로 쓴 왕이(汪怡)의 시‘춘지(春至)’. 갑골문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휘호(揮毫)다. 끝줄 위에 사거리 그림글자 행(行)이 있다. 春至月圓花好(춘지월원화호)/ 玉尊來祝新人(옥존내축신인)/ 今日喜成嘉禮(금일희성가례)/ 行觀福集高門(행관복집고문)
유교 불교 선교의 유불선(儒佛仙) 3교에서 모두 중요한 개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이 단어 없이는 동양학이 성립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학식 높은 선비, 깨달음 얻은 스님, 신선 등을 도사(道士)라고 부르지요. 도통(道通)한 이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흔히 ‘책받침’이라 부르는 부수자 착(辶)과 머리 수(首)가 만나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이는 뜻을 합친 회의(會意)문자, 다른 이는 뜻과 소리가 결합한 형성(形聲)문자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자 구성원리에 따른 구분(區分)이 저마다 다른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부수이름의 ‘책’은 ‘착’의 와전(訛傳)으로, ‘받침’은 부수자의 위치 때문에 생긴 이름이지요. 辶은 辵자의 간략한 형태입니다. 두 글자가 같다는 얘기입니다. 보일 시(示)자가 다른 글자에서 부속으로 쓰일 때, 礻로 쓰기도 하는 것과 같은 사례지요. 옷 의(衣)자가 어떤 글자에서는 衤가 되기도 하고요.

‘쉬엄쉬엄 갈’이라는 이름이 붙은 辵자는 갑골문에서 보면 큰 사거리[행(行)] 가운데 발[지(止)] 하나 놓인 그림입니다. 사거리의 한쪽과 그 이래에 발 모양을 붙인 것이 다음 시기 글자인 전문(篆文)이지요.

도(道)자의 옛 모습은 길의 뜻인 행(行)이나 착(辵, 辶)자에 首를 붙였는데, 간혹은 손[우(又)]이나 마디 촌(寸)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又나 寸은 다 손 그림에서 시작된 글자입니다.

머리(首)의 옛글자는 사슴의 순해 보이는 큰 눈과 아름다운 뿔을 그렸네요. 처음에는 사슴을 나타내는 글자였다가 일반적으로 ‘머리’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니, 사슴 록(鹿)자를 따로 만든 것으로 봅니다. 그 사슴 鹿도 고문(古文)을 보면 어김없이 큰 눈과 뿔이 보입니다.

착(辵)의 변천.
사슴뿔은 떨어지고 새롭게 자라납니다. 옛 사람들은 이를 스러지고 일어나는 생멸(生滅) 또는 순환(循環)의 이치로 읽었습니다. ‘길 위의 사슴 머리’는 이리하여 준엄(峻嚴)한 자연(세상)의 법칙을 기리는 기호(글자)로 자리 잡지요. 또는 ‘머리’가 갖는 ‘처음’ ‘근원’ 등의 이미지가 도(道) 글자(의 의미)를 이루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 것입니다.

수(首)의 변천.
적(敵)이나 동물의 머리를 파묻거나 매다는 의식(儀式 ceremony)으로 정화(淨化)된 길, 그리하여 물리적인 길[로(路)]을 넘어서는 고상한 뜻을 가지게 됐을 것으로 이 글자를 새기기도 합니다. 도(道)는 영어의 way, 로(路)는 road와 각각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해석이 이리 분분(紛紛)한 것은 이 글자의 뜻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행정구역의 이름 중 하나로 쓰이는 도(道)는 ‘길’의 뜻을 당겨서 쓰는 사례입니다.

사거리에 놓인 발의 그림인 착(辵, 辶)자가 붙은 글자는 이 道처럼 ‘길’이나 ‘걷다’는 뜻을 품습니다. 그 받침 위에 어떤 글자가 놓이는지에 따라 구체적인 뜻이 결정됩니다.

다닐 행(行).
꽁지 짧은 새[추(隹)]는 앞으로만 갑니다. 나아길 진(進)자지요. 멧돼지[시(豕)]와 만나면 동물을 쫓는다는 쫓을 축(逐), 군사(軍師)를 쫓으면 사람을 쫓거나 따른다는 뜻의 쫓을 추(追), 잘 달아나 잃어버리기 쉬운 토끼[토(兎)]를 얹으면 달아날 일(逸)이 됩니다.
사슴 새겨진 기와의 하나인 와당(瓦當). 중국 진시황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수레[거(車)]가 놓이면 수레는 사람과 함께 붙어 있는 탈 것이라는 점에서 잇닿을 련(連)이 되지요. 보낼 송(送)자는 두 손[공(廾)]으로 횃불[화(火)]을 들어 밤에 사람을 보내는 모습입니다. 속이 빈 종[용(甬)]과 합체하여 통할 통(通)이 됩니다.

문득, 사거리의 발 즉 착(辵, 辶)자가 길 도(道)자의 큰 뜻을 아늑하게 보듬는 그릇임을 느낍니다. 그릇과 부속품들을 서로 맞추고 꿰고 떼는 작업이 우리의 문자공부임을 알겠습니다. 합체와 분리(分離), 레고놀이지요. 뜻이 자꾸 생겨나면서, 시나브로 지혜가 쌓였습니다. 문명(文明)입니다.

<토/막/새/김>
우리의 ‘발’이 그 발 자(字)라고? 정말!

속칭 필발머리 부수자 발(癶)의 전문(篆文).
‘필발머리’라고 부르는 부수자 발(癶)은 옛 글자를 보면 발을 둘 이어 쓴 모양이다. 우리가 많이 쓰는 필 발(發) 글자의 머리에 얹힌 부수라고 해서 편의상 그렇게 부른다. 한자의 원래 그림을 알면 저절로 뜻이 떠오른다.

발 족(足)이 있는데도 두 발을 함께 써서 ‘발’이라고 읽은 이유는 무엇일까? 동이족 말인 발이 동아시아 옛 문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문자학자들은 푼다.

발음법인 반절음은 북말절(北末切)이어서, 북의 ‘ㅂ’과 말의 ‘알’이 어울려, 발이 됐다. 역시 ‘걷다’ ‘가다’라는 뜻이다. 어긋난 발 모양처럼 간혹은 ‘등지다’ ‘사이가 벌어지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또 밟는다는 뜻의 발(跋)자에도 ‘발’의 소리가 들어있다.


강상헌 논설주간 / 시민의자연 발행인

강상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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