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조작 파동을 보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담합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원래 저축예금통장 하나 간수하기도 어려운 서민에게 양도성예금증서란 강 건너 불이었다. 그러니 그 이자율이 얼마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야 그것이 서민금융거래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그렇다면 큰일이다. 나도 은행에서 이래저래 돈을 빌려 쓰는데 그 이자의 기준이 CD금리라니! 만약 이것이 그 동안 시장 이자율보다 높게 조작되었다면 그래서 금융기관만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면 이는 우리 서민에게 엄청 중요한 사안이다.

기업대출은 금융채, 회사채의 금리와 연동되는 비중이 큰데 가계 대출은 CD 금리에 연동되는 비중이 크다고 한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 사이 금융채와 회사채 금리는 각각 0.18% 포인트와 0.47% 포인트 떨어진 반면, CD 금리는 0.05% 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더구나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CD 연동 대출 비중이 37%로 기업대출의 CD 연동 비중 24%보다 월등히 크다고 한다. 결국 가계 부문이 CD 금리 왜곡의 가장 큰 피해자인 셈이다.

조사를 받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CD 발행 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에 담합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자칫하면 공정위와 금융당국 간의 싸움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왕 조사에 착수했으니 조만간 누가 옳은지는 판가름 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실제 담함이 있었는지 (그래서 실정법을 어겼는지)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자금 수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CD 금리를 기준으로 삼고 이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방치한 금융기관과 감독관청의 도덕적 무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된 금리는 언젠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게 되어 있다. 이번 조사와 상관없이, 장기간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어 온 기준금리도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되어 이로 인한 국내외 파장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금융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을 제기할 태세이고 CD금리 파생 상품으로 인한 국제 소송도 우려되고 있다. CD금리에 연동된 상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은행일수록 타격은 클 것이고 이로 인한 주가 하락도 예상된다. 결국 무책임하게 부당이익을 누린 금융기관은 그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 서민들이 입은 부당한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소송을 한다 해도 당장 하루벌이에 바쁜 사람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선량한 사회구성원이 한국 금융기관의 신뢰 실추로 인해 받는 손해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지난 IMF 구제 금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면 모든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되어 있다.

결국은 금융감독기관의 무관심과 태만이 문제의 근원이다. 금융의 신뢰가 떨어지면 온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 그렇지 않아도 747공약은 휴지가 되고 서민 경제는 파탄 나고 있는데 금융의 근간이 되는 기준금리가 왜곡되고 있어도 방치해 둔 그들에게 우리의 세금을 계속 갖다 바쳐야 할까? 하루빨리 시비가 가려지고 금융의 근간이 바로서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양도성예금증서
양도성 정기예금증서 (CD;Certificate of Deposit)는 은행의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한 것으로, 은행이 발행하고 증권회사와 종합금융회사의 중개를 통해 매매된다. 예금통장과는 달리 통장에 이름을 쓰지않은 무기명이며, 중도해지는 불가능하나 양도가 자유로워 현금화가 용이한 유동성이 높은 상품이다. 때문에 예금자는 이를 만기일 이전이라도 금융시장에서 자유로이 매매할 수 있다.

CD금리(유통수익율)는 단기금리의 기준금리로서 변동금리채권, 주가지수 선물 및 옵션 시장의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다. 또 은행의 단기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시장금리연동 기준으로 만기 3개월 CD 유통수익률이 쓰인다.

CD는 은행의 자금조달원 확대(지하금융 등)와 수신경쟁력 제고를 위해 1961년 미국의 시티은행을 비롯한 거대은행에서 발행했다. 영국에서는 1968년 10월부터, 일본에서는 1979년 5월부터 CD가 발행되었다.

한국의 경우 CD와 유사한 성격의 무기명 예금증서라는 것이 있었지만, 정식으로 CD가 발행되기 시작한 것은 1984년 6월부터이다. 최저예금액은 5백만원(은행에 따라 1000만원), 예치기간은 30일~1년이다. 따라서 규모가 큰 자금의 단기투자에 적합하고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다. 주로 3개월 짜리 CD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양도성 예금 금리(할인률)를 통해 단기적인 시중의 자금상태를 알 수 있다. 금리가 높으면 시장의 단기 자금흐름이 나쁘다.

발행대상은 제한이 없으며 이자지급식이 아니라 할인금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만기일 이전에 중도해지를 할 수는 없으나 은행 또는 증권회사, 종금사 등에 팔 수 있고 증권사 등은 이렇게 매입한 CD를 일반고객에게 되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