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사관 촬영 금지?

고상만l승인2012.07.31 13:5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대한민국 경찰의 이상한 공권력 남용

'평화 비'가 부담스러운 것은 일본.…잘못된 경비 지침에 한심
위안부 소녀가 바라보는 일본 대사관' 사진 속 시원하게 공개

생각할수록 어처구니없는 그 일이 있었던 때는 지난 6월 중순, 어느 날이었습니다. 인터넷 ‘다음 카페’를 통해 알게된 캠핑 동호회 모임에 참석하고자 일본 대사관 앞을 지날 때였습니다. 낯익은 조각상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최근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접했던 일본 대사관 앞의 '평화 비'였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평화 비'는 일제 식민지 말기, 정신대로 끌려간 위안부 할머니들을 의미하는 청동 조각상입니다. 이 ‘평화 비’를 제작한 조각가 김운성, 김서경 부부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12월이었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한 ‘수요 집회’가 마침 1,000회를 맞았고 이를 기념하고자 시민 모금을 통해 '평화 비' 동상을 세운 것이지요.

비록 청동으로 만들어진 감정 없는 조형물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 '평화 비'에 맺힌 가슴 아픈 사연을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채 스무살도 안 된 어린 나이에 공부도 시켜주고 월급도 준다는 말에 속은 식민지 소녀들. 그러나 이후 일본군의 위안부로 죽음보다 더 처참한 삶을 강요받았던 그 시대 불행한 어린 소녀의 사연은 그래서, 제 발길을 저절로 멈추게 하였습니다.
그것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이 사건의 시작. 예상치 못한 그날의 '사건 아닌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평화 비' 동상은 지난해 12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한 ‘수요 집회’가 마침 1,000회를 맞았고 이를 기념하고자 시민 모금을 통해 세워졌다.

사진 찍지 말라는 경찰의 호령, 이게 뭔 소리?

'평화 비'의 이모저모를 살피던 저는 혹 나중에라도 관련 기사를 쓸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에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먼저 '평화 비'를 마주보고 정면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다시 전신으로 한 장, 그리고 얼굴을 중심으로 한 장 등 몇 장의 사진을 더 촬영했습니다.

잠시 후, 사진을 다 찍었으니 다시 약속 장소로 가고자 몇 발자국을 옮겼을 때입니다. 문득 호기심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소녀가 바라보는 일본 대사관은 어떤 모습일까'하는 호기심이었습니다. 소녀가 앉아있는 뒷모습을 배경으로 한 일본 대사관의 모습.

"다시 돌아가서 찍을까? 말까?"
아주 짧은 내적 갈등은 '찍자'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이내 발걸음을 돌린 저는 '평화 비'의 뒤에서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막 자세를 잡고 사진을 촬영하려던 그때였습니다. 정말이지 전혀 예상하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일본 대사관 경비 경찰들이 제 행동을 내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은 눈치 채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경찰이 갑자기 저에게 다가오며 제 행동을 제지하는 것입니다.

"아저씨. 여기서 일본 대사관을 촬영하시면 안 됩니다. 찍지 마세요."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뭐?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은 저는 즉각 반문했습니다. "왜 안되냐"는 저와 "'평화 비'는 찍을 수 있지만 '평화 비'와 일본 대사관을 같이 찍는 것은 안 된다"는 경찰관. 당연히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저는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불의한 것은 절대 참지 못하여 나름 한 성질로 알려진 제가 이같은 경찰의 납득할 수 없는 횡포에 그냥 물러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치솟는 분노를 냉정하게 누르며 다시 물었습니다.

"도대체 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겁니까?"

"대사관의 경호와 안전상 이유 때문에 절대 안 됩니다."

"아니, 사진 찍는 것이 무슨 테러행위입니까. 더구나 일본 대사관 사진은 인터넷에 수두룩합니다."
"여하간 안되니까 사진 찍지 마세요. 절대 안 됩니다."

경찰의 막무가내 횡포에 정말 눈물이 나도록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만약 제가 경찰관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그냥 사진을 찍으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러자 경찰의 다음 말은 더욱 가관입니다.
"일전에도 그렇게 한 사람이 있었는데요. 저희가 그 카메라를 받아서 일본 대사관이 나온 사진을 전부 지우고 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아저씨 사진도 똑같이 지울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도 당당한 경찰의 횡포와 위협적인 어투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경찰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가진 모든 대한민국의 법률 상식과 경험에 비춰보아 이같은 경찰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또 물었습니다.
"도대체 '평화 비'와 일본 대사관을 같이 촬영하면 안 된다는 법률 근거가 뭔가요?"

그러자 경찰은 순간 멈칫하더니 "경비 업무와 관련하여 관할 경찰서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에 명시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경찰 내부 지침일 뿐 법률이 아니지 않냐"며 항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법률이 아닌 그저 경찰서의 ‘내부 지침’에 불과한 사항을 가지고 국민에게 이렇게 강제할 수 있냐"며 따졌습니다. 그런데 점점 제 주변 상황이 묘해지는 것입니다.

실랑이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제 주변으로 경찰들이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에워싸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 놈이 뭔데 하라면 하지 어디서 고까운 소리 하는거야"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면서 여차하면 업무 방해나 소란 행위에 따른 현행범으로 체포할 심산으로 보였습니다. 그 순간 솔직히 인간적으로 고민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거 계속 가야하나, 아니면 여기서 그만 두어야 하나.

바로 그때였습니다. 책임자로 보이는 경찰이 저에게 물어왔습니다.
"아저씨. 내 하나 물어봅시다. 대체 이 사진을 왜 끝까지 찍겠다는 겁니까?"

기사 쓰겠다고 하니 태도 돌변한 경찰

"처음엔 자료로 갖고 싶어서 그냥 찍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이 사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상황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경찰이 무슨 근거로 '평화 비'와 일본 대사관을 같이 찍지 못하게 하는지에 대해 기사로 쓰고 싶네요. 과연 경찰의 이 같은 행태가 옳은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자 이게 웬일인가요? 지금까지 내내 사진 촬영이 절대 안 된다며 고압적이었던 경찰이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입니다.
"그러세요? 그럼 지금 사진 찍으시면 괜찮은 거죠. 자. 사진 찍으세요."

어처구니없는 상황 앞에서 요즘 유행하는 단어가 "헐~~"인가요? 정말 "헐~~"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안 된다고 하면서 마치 연행이라도 할 기세였던 경찰이 우습게도 입장을 바꾸니 지금까지 죽자하며 싸우던 제 꼴이 더 우스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황당해서 갑자기 입장이 변한 이유를 물으니 경찰의 답변이 더 황당합니다.
"안 되지만 아저씨가 꼭 그렇게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시니까 그렇게 하시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또 붙이는 한마디 사족이 다시한번 저에게 잊을 수 없는 명언으로 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본 대사관의 건물 전체가 다 나오도록 찍으시는 건 안 됩니다."

정말 다시한번 쓴웃음이 나오는 이 유치 찬란한 경찰의 행태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사진 촬영을 막더니 이번엔 찍되, 일본 대사관 건물 전체가 다 찍히면 안 된다는 이 발상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한심스러울 뿐입니다.

대한민국 경찰이 법적 근거도 없이 일본 대사관 건물 사진 촬영을 막고 있다. 이같은 경찰의 행위는 형법상 직권 남용죄이거나 강요죄에 해당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게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구나”

그런데 제가 겪은 이 일은 알고 보니 저만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었습니다. 혹시 나같은 일이 또 있나 싶어 인터넷에서 '평화 비'로 검색을 해보니 너무나 많은 사례가 여기 저기서 아우성이었습니다.

그중 '사진 작사' 장영식씨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그가 그 일을 겪은 것은 지난 4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역시 저처럼 '평화 비'를 배경으로 일본 대사관을 촬영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이 또 다시 어김없이 그의 행위를 제지했다고 합니다.

그는 "일본대사관측의 허락 없이 건물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며 사진 촬영을 금하는 경찰에게 "이곳이 우리 땅인데 내가 왜 일본 대사관측에 허락받고 사진을 찍어야 하냐?"며 항의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주변 꽃집에서 카네이션 한다발을 사 '평화 비'의 빈 의자에 놓으려 하자 이 역시 경찰은 안 된다고 제지했다고 합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진 그가 이유를 묻자 경찰은 "시설물 관리 주체인 종로경찰서측으로부터 이에 대한 허가를 얻어야 한다"며 답했다고 합니다.

한편, 그렇게 한참을 "되네, 안 되네" 실랑이를 하던 경찰로부터 갑자기 ‘평화비’ 앞에 사온 꽃을 놔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것은 장씨의 직업을 묻는 경찰에게 "사진 작가"라고 답한 후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장씨의 직업이 평범한 직장인이었거나 경찰의 입장에서 볼 때 별 볼일 없는 처지였다면 이런 대우도 받기 어려웠겠지요. 하지만 끝내 일본대사관 촬영에 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경찰의 제지를 두고 장씨 역시 저와 똑같은 고민을 빠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장씨는 결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즉, 경찰 연행을 각오하고 사진 촬영을 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경찰에 의한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었으나 그는 자신의 사연 말미에 "아주 기분이 더러웠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동병상련. 누구보다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 역시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평화 비'가 부담스러운 것은 일본 하나로 족해

경찰은 '외국 대사관의 경호와 안전상 이유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골 백번을 생각해봐도 이는 과잉 조치이며 우리나라 어느 법에도 없는 공권력의 남용 행위입니다. 대사관의 건물을 사진 촬영해서는 안된다는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을 억압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최영동 변호사는 이같은 경찰의 행위가 "형법상 직권 남용죄이거나 강요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 '평화 비'를 세운 직후 개최된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이 일본에서 개최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당시 일본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평화 비'를 철거해 달라고 공식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게 있어 이 작은 '평화 비'가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인지 알 수 있는 일례입니다.

그런데 이 '평화 비'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에 대해 경찰이 보여주는 반응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 꽃을 놔두면 안 되는지, 왜 일본 대사관과 ‘평화 비’를 같이 촬영하면 안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경찰이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이같은 행태는 참으로 묘한 분노와 배신감까지 들게 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법률에도 없는 '일본 대사관과 '평화 비' 동반 촬영 금지'. 정말이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이 한 장의 사진. 그러나 영원히 잊을 수 없게 특별해져 버린 2012년 6월 어느 날, '위안부 소녀가 바라보는 일본 대사관' 사진을 여러분께 속 시원하게 공개합니다.


고상만 객원기자

고상만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상만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