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를 ‘4대강 죽이기’ 폐해 알리는 생태학습장으로

편집인레터/ “공사말고 농사짓자” 김주언l승인2012.08.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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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두물머리는 서울로 들어오기 전 하루 머무는 쉼터였다. 강원도 산골에서 물길을 따라온 뗏목과 나무들이 사람과 함께 쉬어 갔다. 주막집이 늘어서고 50가구 넘게 살면서 서울로 오가는 길손들로 북적거렸다. 포구역할을 마감한 것은 1973년 팔당댐이 건설되면서부터.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경치가 좋아 ‘신이 내린 땅’으로 불린다.

두물머리의 유기농단지 철거를 둘러싸고 3년째 농민·시민사회와 정부가 벌여왔던 갈등이 봉합됐다. 경기도 양평군 팔당호 두물머리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물리적 충돌없이 해결된 것이다.

환경연합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13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앞에서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있다.

농민 생존권 싸움 맞붙는 현장

이용훈 가톨릭 주교의 중재로 농민과 정부가 두물머리에 호주 세레스 생태공원과 영국 리펀 생태공원을 모델로 하는 생태학습장 조성에 합의했다. 이로써 그동안 강제철거에 반대하며 농민과 힘을 합쳐 투쟁을 벌여왔던 시민사회도 일단 숨을 돌리게 됐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 비옥한 토양의 5만평 규모 농지가 있다. 지난 40여년간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을 고집하는 농가들이 지켜왔다. 국내에서 유기농업을 처음 시작한 곳이다. 11곳의 농가 중 7개가 대체부지와 저리융자를 받고 떠났고 이제 4개만 남았다.

정부는 농지를 없애고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등을 만들 계획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유일한 치적사업’인 4대강 사업을 마무리지으려는 정부와 30년 넘게 땅을 일궈온 농민의 생존권 싸움이 맞붙는 현장이었다.

서울국토청은 지난 6일 행정대집행을 진행하려다가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농민, 생협조합원, 시민 등 200여명이 저지하자 영장만 낭독하고 철수했다. 이들은 행정대집행에 대비해 비닐하우스 단지에 텐트 30여동을 쳐놓고 1주일동안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 유기농행진 등을 진행했다. 이들은 ‘삽질한 강 악취나고, 삽질한 밭 생명난다’ ‘공사말고 농사짓자’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유기농산물인 호박, 가지 등을 들고 ‘강제대집행 즉각 취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비폭력 저항운동 결실

일단 양측이 합의함으로써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은 실현됐다. 40년간 지켜온 유기농단지에 대한 막무가내식 삽질을 막아낸 것은 두물머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비폭력 저항운동의 결실이었다.

3년동안 가톨릭 신부들과 시민사회는 아무런 대가없이 두물머리를 찾아 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해 밤잠도 자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 이를 통해 4대강 ‘마지막 4대강 공사현장’인 두물머리에 자전거 도로와 휴식공간을 마련하겠다는 막무가내식 정부의 개발계획도 일단 저지했다.

그러나 중재안에 포함된 생태학습장의 성격을 놓고 정부와 농민의 해석이 엇갈려 실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생태학습장에 일정규모의 유기농 재배지를 남기겠다는 농민과 경작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기 때문이다.

중재에 나선 이 주교는 생태학습장에 도로와 산책로를 조성하고 나무와 수생식물을 심되 유휴지에 유기농지, 생태학습장, 문화 체험장 등을 조성하는 구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유기농 재배에 대해 부정적이다.

새로 조성될 생태학습장의 구체적 추진방안은 양평군이 주관하는 협의기구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협의기구에 정부와 지자체, 가톨릭, 농민 측 추천인사가 동등하게 포함돼 이견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 당초의 구상은 물 건너갈 위험성도 남아 있다. 따라서 농민은 물론 시민사회가 감시의 눈길을 거두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가톨릭과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생명과 평화의 마지막 보루’였던 유기농 생태학습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 대안을 관철시켜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삽질’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결론났다. 이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안간힘은 처량하기조차 하다. 최근 4대강을 뒤덮었던 환경재앙인 녹조현상에 대한 대처에서 잘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되어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전국적인 녹조현상은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라고 반박했다. “물의 흐름을 막으면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인류 역사상 경험을 통해 배운 상식이자, 과학적 진실”이라는 지적이다.

생명평화 마지막 보루

이명박 정부는 22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4대강 사업을 벌여왔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4대강 죽이기’가 입증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천년 동안 흘러온 강의 흐름을 바꾸고 수십년 동안 살아온 농민을 강제로 쫓아내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이제 두물머리는 대한민국의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 두물머리가 짓밟히면 결국 우리의 삶이 짓밟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두물머리의 생태공원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널리 알리는 학습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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