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은 ‘시민연합정부’

편집인레터 김주언l승인2012.10.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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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은 단일화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정치혁신 함께 일궈야”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시민사회의 야권후보 단일화 운동이 활발하다. 이번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 새로운 ‘2013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역사적 책무 때문이다. 이른바 ‘10월 유신’ 선포 40년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 배어 있는 유신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당위도 함께 담겨 있다. 지난 5년여 동안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으로 ‘유신 좀비’들이 무덤에서 나와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절실함도 배어 있다. ‘10월 유신’을 기억하자면서 파시즘과 결별하지 않고 세습으로 돌아간다면 세계가 비웃을 지도 모를 일이다.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의 백낙청 교수, 박재승 변호사,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 오종렬 한국진보연대상임대표 등 진보진영의 원로들이 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권 단일화를 공개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정권교체의 꿈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시민사회에 팽배해 있다. “우리는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를 모두 지지한다. 이들은 스스로 원했다기보다는 현재의 정치상황을 바꾸고자 열망한 국민의 부름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가 특정후보만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과 종교인 102명의 야권단일화 촉구 선언의 화두이다.

문화예술인들과 종교인들이 야권 단일화 촉구에 앞장선 것은 6.10시민항쟁 직후인 1987년 대선 당시 김대중-김영삼 단일화 실패의 아픈 상흔 때문이다. 이른바 ‘3자 필승론’ 때문에 민주화 진영도 ‘후보단일화’와 ‘비판적 지지’로 나뉘어 6.10항쟁의 성과물을 고스란히 전두환의 후계자인 노태우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이로 말미암아 한국 민주주의와 사회발전 수준이 심각하게 후퇴했으며 당시 분열된 민주화 진영은 지금도 역사적 상흔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이들은 ‘유권자연대 : 우리 함께 바꾸세’(http://cafe.daum.net/together1219)를 통해 유권자들의 서명을 받는 등 적극적 활동에 나섰다. 이와 함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한 유권자연대 활동과 직능별, 지역별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 단일화를 위한 연대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문학의 밤’ 등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서도 유권자들과 만나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널리 알려나갈 방침이다.

시민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도 야권단일화를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원탁회의는 “우리가 힘을 합쳐 대응하지 못하면 ‘승리 2012’는 불가능할 것이 뻔하다”며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결렬되면 반드시 패배할 것임을 경고했다. 이들은 “단일화만 하면 표를 찍어줄 수밖에 없으리라는 기대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자세이며 오만”이라며 감동적 단일화를 강조했다.

원탁회의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 “각 진영이 제시하는 의제들을 범국민적 의제가 되도록 서로 경쟁하면서도 소통할 것”을 권유하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연합정치에 대한 의견교환과 협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즉각적으로 단일화 협상 시작하여 다음달 25일 대선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를 이룰 것을 촉구했다.

시민사회의 지적대로 유권자들의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묻지마 단일화’는 대선 승리를 담보하지 못한다. 단일화는 정권교체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두 후보 진영이 단일화의 전제조건인 정치개혁을 놓고 공방을 벌이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면 ‘치킨게임’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원탁회의의 지적대로 안 후보는 현실적 정치개혁안을 제시해야 하며 문후보는 국민의사를 반영할 새로운 제도와 방안, 인적 쇄신에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야 한다.

현재까지 논의된 방안에서 바람직한 방안은 두 후보 진영과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정치혁신과 단일화 실현을 위한 공동기구’의 구성을 들 수 있다. 공동기구에서 공동의 정치혁신 방안과 공동의 정책·가치를 찾아내 ‘아름다운 단일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논의돼왔던 ‘시민연합정부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요점은 어떻게 공동의 연합정부를 만들고 어떤 정책을 내세울 것인가이다.

최근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 등이 주최한 시민정치콘서트 ‘우리는 유권자다’에서 지적한 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의 지적은 옳다. “두 사람이 중국집에서 단일화에 합의하고 손잡고 나오는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저 그들만의 리그로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콘서트와 같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정치연합을 구축해야 한다.

시민연합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야권 단일화를 열망하는 유권자 100만명이 1주일 동안 모여 단일화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정치혁신 등 주요정책을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 보수언론이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는 정치혐오 프레임에 빠져서는 안된다. ‘정치하는 놈은 모두 도둑놈’이라는 정치허무주의는 오히려 유신잔재 세력에게 정권을 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원탁회의의 좌장격인 백낙청 교수는 그동안 ‘2013년 체제’를 만들자고 역설해왔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남북연합 건설, 복지국가 건설, 공정·공평한 사회 건설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2013년 체제’를 건설하느냐의 여부를 결정짓는다. 야권후보 단일화의 실패로 ‘‘희망 2013’을 감당할 의지와 능력, 기초적인 상식마저 결여한 여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우리사회는 또 다시 유신시절로 후퇴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결국 유권자들의 단합된 힘만이 우리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그 길만이 ‘아름다운 단일화’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민주세력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 아래서 민주주의의 역주행을 경험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또 한번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 보다 더 혹독한 유신시대로 후퇴할 지도 모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아직도 ‘유신 공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버지 박정희시대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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