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부정부패 사건으로 처벌받은 친인척과 측근들을 임기말 사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9일 기자들과 만나 각계각층에서 공식‧비공식으로 사면을 탄원하거나 요구하고 있어 ‘설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다만 사면 시기나 대상에 대해 특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2013년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와관련 시민단체는 “부정부패인사들에 대한 사면은 ‘사회통합’이라는 사면의 목적과 무관하며, 부패한 정치권력이 임기 말에 권력을 남용하여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발행하는 파렴치한 행위다”며 “청와대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등 부패인사들에 대한 사면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박 청와대 대변인의 말로 보아 사면의 대상과 범위 등을 놓고 여론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눈치라도 보는 이유는 국민들이 부정부패인사에 대한 사면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박 당선인을 포함한 대선 주요 후보들은 모두 부패인사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공약했다”며 “사면권이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절대적인 국민여론”이라고 이를 반대했다. 대통합을 명분으로 한다지만, 국민들이 반대하는 부패사범‧재벌 총수에 대한 특별사면은 오히려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사회통합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적인 사법정의가 지켜질 때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는 또 수감된 지 이제 6개월 된 이상득 전 의원까지 사면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더욱 기막힐 노릇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12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수감 중인 대통령 측근들이 2심 확정 후 대선을 앞두고 줄줄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자 ‘성탄절 특사’설이 제기된 바 있다. 성탄절 특사는 없었지만 당시 청와대는 남은 임기 중 사면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참여연대는 “형이 확정된 이들에게만 가능한 특별사면이 설을 앞두고 이루어질 경우, 1월 중 선고를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 전 의원도 항소를 포기하면 사면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형과 측근들을 대상으로 사면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파렴치한 행위임을 알아야 하고 어떤 명분을 내세우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끼워 넣어 물타기를 하더라도 측근 비리인사 사면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사면이 존재하는 이유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그 괴리를 메우기 위한 것”이라며 “사회통합을 위해 사면이 필요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이거나 정부가 박해한 사람들로서 대통합을 위해서는 유죄를 선고받은 용산참사 피해자, 미국산 쇠고기 협상의 잘못을 지적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유죄를 받은 여러 촛불시민을 비롯해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대통령은 당장 측근 부정부패인사에 대한 사면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전체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측근을 사면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설동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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