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소재에서 벗어나 관객에게 휴식 통한 치유 전하려는 다양한 시도에 매료

뮤지컬 <힐링콘서트, 카페 휴(休)>는 누구나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 주목한다.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푹 쉬고 나서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을 삶을 살라는 메시지도 덧붙인다. 힐링이 필요한 시대, 힐링의 손길을 내미는 뮤지컬을 소개한다.

최근 우리사회 화두는 단연 ‘힐링’이다. 이에 따라 사회 곳곳에서 힐링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공연계도 예외는 아니다. 힐링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힐링콘서트라는 슬로건을 내건 국내 창작뮤지컬이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바로 뮤지컬 <힐링콘서트, 카페 휴> (연출 전혜윤)다.

객석에서 바라본 무대는 작은 카페처럼 꾸며져 있다. 주최 측은 관객에게 커피를 건네고, 심지어 객석으로 가져다 주기까지 한다. 음료 반입을 엄격히 금하는 타 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차이는 또 있다. 관객을 위한 ‘고민이벤트’가 바로 그 것. 주최측이 선발한 관객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되어있다.

작품의 배경은 ‘휴’라는 이름의 작은 카페다. 이 가상의 공간은 객석까지 확대된다. 공연장을 채운 은은한 커피내음은 흡사 카페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심리적 경계가 느슨해질 무렵, 관객은 무대 위에서 고민을 토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화려한 볼거리는 적지만, 관객의 심리적 이완과 참여를 위한 연출자의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힐링콘서트, 카페 휴>에는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극을 이끌어가는 카페의 아르바이트생 한수아, 종합병원 조교수 강부자, 인력회사과장 김태희, 시나리오 작가 심은하다. 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카페와 동명의 곰 인형 휴도 등장한다. 휴는 작품 전체를 넘나들며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휴로 분한 배우는 작품 안에서 다양한 역할로 극의 재미를 높인다.

휴에서 만난 극중인물들은 그들의 일상을 나누며 점차 가까워진다. 연기력 없는 아이돌 배우에 맞춰 대본을 수정해야 하는 심 작가의 삶은 고달프다. 그러나 병원내의 치열한 경쟁에 지친 강교수에게 신 작가의 창의적인 삶은 동경의 대상이다.

아르바이트생 한수아는 안정적인 강교수의 삶을 부러워하고 록밴드 기타리스트에 열광하는 김과장은 한수아의 자유로운 삶을 동경한다. 이들 모두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동시에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이 동경하던 삶의 모습을 발견하며 서로를 이해해간다. 이들이 휴식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며 극은 마무리된다.

<힐링콘서트, 카페 휴>는 누구나 비슷한,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는데 주목한다. 고민할 시간에 푹 쉬더라도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큼의 삶을 살라는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무대에 오른 관객의 고민에 대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관객의 고민을 듣는데 집중하는 배우들의 노력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강부자 역의 배우 이재은씨(33)는 “관객의 고민을 함께 나눌 때가 가장 어렵지만, 가장 보람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국내 창작뮤지컬 시장은 여전히 어렵지만, 카페 휴는 조용히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에서 탈피해 관객에게 휴식을 통한 치유를 전하려는 다양한 시도는 이 뮤지컬의 묵직한 힘이다. 카페 휴에서 걱정거리를 잠시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 (3월 3일까지 가나의 집 열림홀 공연. 평일 8시, 토·공휴일 4시/7시, 일요일 4시)

김양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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