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손수건을 처음 사용한 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손수건을 ‘땀수건’이라 부르며 땀을 닦거나 코를 푸는 데 썼다. 하지만 손수건은 로마가 망한 뒤에 사라져 버렸다.

그 뒤 세월이 흘러 손수건은 르네상스에 와서야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15세기쯤 프랑스 사람들이 중국에 갔는데, 따가운 햇볕을 피하려고 헝겊으로 머리를 가린 중국 농부들을 본 것이다. 그 중에는 여자들도 있어 장식용으로 머리를 헝겊으로 가리고 다녔다. 이 풍습은 영국에도 전해져, 평소에는 헝겊을 손에 들고 다니다가 햇볕이 뜨거우면 머리를 가렸다. 그래서 그 이름도 ‘손(hand)’과 ‘두건(kerchief)’이 합쳐져 ‘손수건(handkerchief)’가 되었다.

르네상스 유럽에서 손수건은 처음에 젊은 남녀 사이에 사용되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남자는 여자의 발밑에 일부러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그때 여자도 남자가 마음에 들면 손수건을 주워 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르는 척 지나갔다.

또한 손수건은 연인 사이에 애정의 표시로 주고받는 선물이 되었다. 옛날에 기사들은 애인에게 받은 비단 손수건을 투구 속에 넣고 전쟁터를 누볐다고 한다.

16세기쯤에는 손수건이 사치품으로 취급되었다. 보석과 구슬로 화려하게 장식한 손수건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손수건은 무척 비싸서 유언장의 귀중품 목록에 꼭 들어가곤 했다.

엘리자베스 1세 때의 영국에서는 손수건을 레이스와 자수로 장식했다. 손수건에 애인의 이름 중 머리글자를 새겨 넣고 한쪽 끝에 여러 가닥의 실을 장식으로 달았다. 남자들은 이 손수건을 모자 리본에 꼽고 다녔으며, 여자들은 양 가슴 사이에 넣고 다니며 ‘진실된 사랑의 매듭’이라고 불렀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삼각형, 사각형, 달걀형 등 다양한 모양의 손수건들이 있었다. 그리하여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손수건을 정해진 규격으로 통일하는 칙령을 왕에게 선포하게 하여, 손수건은 사각형으로 오늘날까지 고정되어 내려왔다.

손수건이 장식용에서 코를 푸는 용도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6세기부터였다. 손수건이 사치품이긴 하지만 상류층에서는 땀을 닦거나 콧물을 닦는 데 썼다. 프랑스의 국왕 앙리 4세는 손수건을 다섯 개나 넣고 다니며 번갈아 사용했다고 한다.

19세기에 와서는 싸고 실용적인 무명 손수건이 많이 생산되어, 거의 모든 사람이 손수건을 코를 푸는 데 쓰게 되었다.

“손수건을 널리 쓰지 않던 옛날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코를 풀었나요?”

르네상스 유럽 사람들은 신분에 따라 코를 푸는 방법이 달랐다. 농민들은 손으로 코를 풀거나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막고 다른 콧구멍으로 코를 풀었다. 그러나 시민 계층은 소맷자락에 코를 닦았으며, 상류층은 손수건으로 코를 닦았다.

상류층은 자신의 손수건을 남에게 빌려 주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 에라스무스의 <어린이들의 예의범절>(1530)에서는 “깨끗한 손수건이 아니면 남에게 빌려 주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한 그 책에는 ‘코를 푼 손수건을 펼쳐, 마치 머리에서 진주나 루비가 떨어진 것처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보기에 안 좋다.’ 등 손수건으로 코를 풀 때 주의해야 할 점까지 기록해 놓았다.

14세기에 발행된 예절 책에는 “식사 도중에 식탁보에 코를 푸는 사람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다.”라고 밝혀 놓았다. 식탁에서 코를 푸는 것을 식사 예절에 벗어난 행동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신현배 수필가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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