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의 눈물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해림 한정선 작가l승인2015.05.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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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한정선 그림

박쥐는 길눈이 어두운 박쥐친구들이 답답하다며 동굴을 떠났다. 그리고 달음질이 날랜 숲속 생쥐들과 어울려 살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어느 날 박쥐가 족제비에게 쫓겼다.

박쥐는 제일 친하게 지낸 생쥐사촌한테 쪼르르 달려갔다. 생쥐들 중에서 가장 힘이 셀 뿐 아니라, 목청도 컸다. 박쥐가 곡식 낱알을 갖다 줄때면 굴이 쩌렁 울릴 만큼 큰 소리로 박쥐아우라 부르며 덥석 끌어안았었던 생쥐였다. 그런데 문은 안으로 잠겨 있었고 아무 기척이 없었다. 이번에는 돌무덤에 미로를 파놓고 사는 생쥐사촌에게 허둥지둥 기어갔다. 생쥐는 잽싸게 미로 입구의 잔돌을 허물어 막았다.

“흉내도 죽을 고비를 넘기면 도가 트겠지.”

돌 틈에서 주둥이만 쫑긋 내민 생쥐의 말이었다.

박쥐는 박쥐동굴이 있는 절벽 앞까지 가까스로 도망갔다. 앞 다리를 높이 치켜들고 내뻗었다. 그러나 박쥐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치지 않았다.

‘내가 왜 이 모양이지?’

박쥐는 앞다리 사이의 가죽이 들러붙은 줄 모르고 발버둥을 치며 찌이찍 찌이찍 울었다.

동굴의 박쥐들은 낮잠에 빠져 아무도 내다보지 않았다. 더러는 쥐 울음이 뒤섞인 시끄러운 비명에 눈을 뜨기도 했으나,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다시 눈을 감았다.

해림 한정선 작가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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