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 해금강의 시원한 풍광이 절정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378.14㎢)이다. 제주도 다음으로 큰 이 섬은 제주도와 달리 다리가 놓여 육지에서 어렵지 않게 닿는다. 그러나 생각보다 넓고 복잡한 해안선이 구불구불하게 펼쳐져 있어 거제도를 둘러보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거제도를 떠올리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푸른 바다가 눈앞에 그려진다. 해안선을 따라가 남쪽으로 남쪽으로, 거제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해금강으로 갔다. 그곳엔 나를 기다리는 바람 그리고 푸른 바다가 있었다.

거가대교가 놓이면서 부산과 거제도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해저터널을 지나는 짜릿함을 느끼며 거제도에 입성한 후에도 해금강(海金剛)을 만나기 위해선 한참을 달려야 한다.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휘어진 도로를 달리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거제의 남쪽 끝,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남해 바다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거제도의 풍경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여덟 곳을 ‘거제8경’이라 부른다. 거제도의 남쪽 끝 지점에는‘거제8경’의 해금강과 바람의 언덕, 신선대가 모여 있다. 더욱이 이곳은 여수까지 이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시작점이라고 하니 도착 전부터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해금강에 닿기 직전 도장포 마을이 나온다. 외도와 해금강으로 가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도장포 유람선 선착장을 찾아 들어가면 작은 포구와 마주한 언덕이 나타난다. 얼핏 풍차의 모습이 보이는 이 언덕이 바로 바람의 언덕이다.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이곳은 이미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졌지만 국민예능이라고 불리는 KBS ‘1박2일’ 팀이 다녀간 뒤로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언덕을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다. 숨을 고르며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오르던 중 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풍광과 거대한 풍차가 발길을 재촉한다. 언덕을 다 오르자 바다에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푸른 하늘과 옥빛을 띠는 파란 바다는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처럼 세찬 바람이 불어오자 힘차게 돌아가는 풍차가 이국적인 그림을 연출한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언덕에선 구조라해수욕장과 멀리 외도, 내도, 공곶이 등도 눈에 들어온다.

거제도를 연상시키는 대명사가 된 바람의 언덕은 원래 잔디로 이루어진 민둥산으로 염소들을 방목하는 ‘띠밭늘’이라 불리던 언덕이다. 언젠가부터 영화나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소개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2009년에는 11미터 높이의 풍차가 세워지면서 바람의 언덕은 유명 관광지가 됐다.

풍차를 돌릴 만큼 계절을 불문하고 바람이 부는 언덕이지만 바다를 마주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으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고 옥빛을 띠는 파란 바다는 눈을 정화시켜주는 듯해 감탄이 멈추지 않는다. 바람에 언덕에 오른 보람이 있다.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경치가 매우 좋아 신선이 놀았다는 신선대가 있다. 벼랑 아래 널찍한 바위들이 시루떡처럼 층층으로 쌓여 있는데 신선들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 할 만한 절경을 이루고 있다. 갓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갓바위라고도 부르는데, 예전에는 벼슬길이 막혀 있는 서민들이 이 바위에 소원을 빌었다는 전설도 전한다.

오랜 시간 바람과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바위를 오르내리며 가까이서 즐겨보는 재미가 새롭다. 높은 바위에 솟아오른 소나무 한그루도 다가갈수록 신비로운 모습이다. 쪽빛 바다에 떠있는 소병대도와 대병대도, 매물도도 멀지만 눈에 들어와 감탄사를 자아낸다.

신선대 오른편으로는 몽돌해변으로 알려진 함목해수욕장도 있다. 거제도에서나 볼 수 있는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 풍경이 색다른데 파도가 들이칠 때마다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몽돌이 눈이 부시다.

쉬엄쉬엄 신선대를 즐기고 올라오면 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건물에 눈이 간다. 해금강 테마박물관에는 세계의 범선이 전시되어 있고 추억의 옛날영화 포스터를 비롯해 1970~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각종 물품이 전시돼 있으며 소방서 만화방 등을 재연한 곳도 있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즐기고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다.

바람의 언덕과 신선대를 즐기고 이제는 해금강으로 다가선다. 다시 굽이굽이 휘어진 도로를 따라 달려가면 해금강으로 가는 선착장이 나타난다.

어릴 적 기억이긴 하지만 배를 타고 가까이서 바라본 해금강의 풍경은 거대하고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오랜 시간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그림 같은 풍경은 여전히 내게 거제도를 떠올리는 사진 같다.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된 해금강은 ‘바다에 떠 있는 금강산’이다. 거제도 남동쪽에 불쑥 튀어나온 돌섬으로 해금강의 본래 이름은 갈도(葛島)다. 바다 위에 솟아 있는 바위섬들의 절경이 금강산만큼이나 아름답다 하여 ‘해금강’이라 이름 붙은 갈도는 칡뿌리가 뻗어내린 형상을 하고 있으며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춘란과 풍란 등 62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식물의 보고이다. 중국 진나라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불이 이곳에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고 해서 ‘약초섬’으로도 불린다.

해금강은 주위 바위섬들과 어우러져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배를 타고 코앞에서 바라보는 해금강은 또 다른 모습이다.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사자바위, 일출과 월출을 볼 수 있다는 일월봉, 은진미륵바위, 신랑신부바위, 거북바위 등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예술품이 바다 위를 장식하고 있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깎아낸 십자동굴은 그중 백미다.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시간이나 날씨가 여의치 않아 배를 타지 못한다면 아쉽게나마 우제봉 전망대에서 해금강을 즐겨보자. 신선대에서 5분 정도 달려 산길을 오르면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남쪽바다에는 해금강, 대 ․ 소병대도가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늘과 맞닿은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탁 트인 경치를 보고 있자니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고 그간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기분이다.

해금강의 경치에 취해 돌아가는 길, 거제의 명소인 학동몽돌해변에도 잠시 들렀다. 해금강에서 학동몽돌해변까지 가는 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꼽힌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신선대에서 본 몽돌도 아름다웠지만 몽돌로 대표되는 거제의 자랑거리인 학동몽돌해변은 규모면에서나 경치면에서나 일품이었다. 햇살에 반짝거리는 돌들과 파도가 왔다갔다 할 때마다 돌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들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하늘도 바다도 원 없이 본 거제도 여행이었건만 거제도를 떠올리면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람이 생각난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그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털어버리고 싶어질 만큼 푸르고 푸른 거제도, 봄이 오면 더욱 아름다울 거제도에 다시 가고 싶다.

한국해기사협회 해바라기지 강정미 편집장

양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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