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소년담당관실(이하 청소년담당관)이 노인·장애인·여성·청소년·노숙인 등 복지시설의 운영에 관한 사무를 민간에 위탁할 경우, 해당 분야의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적격자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에서 선정하도록 한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집행해 하나마나한 기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청소년담당관이 일관성없는 위탁 행정으로 서울시 행정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청소년담당관은 지난 4월 17일, 시립서대문청소년수련관 위탁운영단체 모집 공고를 낸 후 여기에 응모한 서대문청소년수련관 기존 위탁체인 한국청소년재단(이하 재단), 명지전문대 산학협력단(이하 명지), (재)성산청소년효재단 등 3개 단체에 대한 적격자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심의위원회에서는 심의 끝에 최고득점 단체로 명지측을 우선협상대상단체로 결정했다.

그러나 청소년담당관은 심의위원회 당시 명지측이 산학협력단 명의로 제출한 것과 관련, 이 단위가 위탁협약이 가능한 단체냐는 논란이 있다며 선정 결과 발표를 미루고 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실에 위탁자격 여부를 질의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 의견은 명지측이 신청 요건이 부적합하다는 것"이라며 단정하고 자문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시법률지원담당관실이 청소년담당관에게 회신한 비공개문서가 유출돼 일선 청소년시설에 유포되면서 알려졌다.

서울시 청소년담당관실 박 모 팀장은 “심의위원들도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에 내부 자문을 의뢰한 것이며 명지측이 위탁자격 부적합이라고 의견을 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청소년담당관도 의견이 있고 우리들이 보기에 명지측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그런 의견을 담아 자문을 요청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실은 이 자문 요청에 대해 4월 30일, 명지측이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서울시는 청소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도 이를 질의했는데 여가부는 명지측이 자격이 있다고 회신했다.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명지측은 이같은 행위가 청소년담당관이 이미 심의위원회 결과를 뒤집기로 결정하고 자문을 요청한 것이며, 이는 민간위탁 조례를 자의적으로 해석,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망각한 처사라 비난했다. 어떻게든 법률지원담당관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 정상적인 자문을 할 수 없게끔 유도한 것 아니냐는 것이 명지측의 주장이다.

▲ 서울시는 6월 17일, 공고문을 통해 “4월 27일 개최한 적격자심의위원회 결과 서대문청소년수련관 우선협상대상 단체로 한국청소년재단을 선정했다”는 공고를 게시했다.

4월 27일 개최된 적격자심의위원회 결과는 명지측을 선정한 결과가 이미 난 상태였기 때문에 이 공고는 사실을 호도한다는 것.

청소년담당관실 박 팀장은 “심의위원회는 결정 권한을 가진 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의 성격이기 때문에 심의위원회 결정사항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차순위 단체에게 우선협상권을 줄수 있다. 그러니까 위탁시설 선정 결정은 청소년담당관이 하는 거다. 때문에 심의위원회를 다시 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상 적격자 심의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여 명지측 신청자격 충족 여부를 판단하라는 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실의 법률 자문 내용

그러나 서울시 민간위탁 조례는 적격단체 선정을 적격자 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고 명백히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실도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상 적격자 심의위원회의 결과를 존중해야 하므로, 심의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여 명지측 신청자격 충족 여부를 판단하라고 자문했다. 청소년담당관이 이를 무시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담당관이 적격자 심의위원회의 결정은 물론 ‘청소년단체’에 대한 해석 권한을 가진 여성가족부 의견도 무시하고 있다"며 "내부 법률지원담당관실의 법률 해석을 입맛대로 골라 하면서 적격자 심의위원회를 뭐하러 하냐"고 비난하고 있다. 서울시의 행태가 도를 넘어 안하무인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심의에 참가했던 한 위원도 “나한테는 그런 과정 안내나 심의위원회를 다시 개최한다는 연락을 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위원도 “적격자 선정 권한은 분명히 적격자 심의위원회에게 있는 것이 맞다. 그 권한이 청소년담당관에게 있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측은 이같은 서울시의 이상한 행정에 대해 행정소송 및 가처분신청, 공직자 비리로 감사담당관실에 고발할 것임을 밝혔다. 청소년시설을 둘러싼 서울시 청소년담당관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으로 청소년계에서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갑질을 없앤다면서 되레 갑질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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