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 수익창출' 험로

뒤 틀린 제도‥공감대 형성 미진‥사회적 냉대‥ 전상희l승인2007.10.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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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신나는문화학교’ · ‘위캔센터’ 현장사례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다. 우리는 주로 소외계층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해왔다. 벌써 4년째인데, 그 동안의 사업을 계량화해 증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은진 신나는문화학교 교사협회 사무국장의 말이다.

신나는문화학교는 지난 2004년부터 문화예술인의 사회적 일자리 모델 창출과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등을 목표로 수도권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문화와 관련된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제공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기업 모델로 관련 분야에선 조금씩 인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7월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되고 노동부에서 실시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과정에서 이 사무국장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쳐야 했다. 그 동안 진행했던 사업들을 일일이 서류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너무 급하게 추진된다”

“사회적 기업 인증이나 법 시행 등이 너무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담당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기업 현장을 방문해 그들의 활동을 직접 보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포괄적 개념에 맞추어 신청방식도 다양하게 준비했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과 사회서비스, 문화예술교육 등에 대한 인식은 물론 사전조사가 부족했다”고 이 사무국장은 지적했다.

신나는문화학교는 그 동안 서울, 인천, 안산 등의 빈곤 지역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도자기를 빚게 하고, 연극을 하게 하는 등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해왔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이들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며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교사들은 보람을 느낀다.

신나는문화학교
지난 1월 열린 제3기 신나는문화학교 인천지역 졸업식에서 신흥동 옹기종기 공부방 학생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첫해에 진행한 사업은 실업극복국민재단과 삼성의 지원을 받은 6개월짜리 교육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고 프로그램이 끝이 나도 교사들은 떠나지 않았다. 반년 만으론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데에 뜻을 같이한 교사들이 남아 6개월 더 아이들과 지냈다. 지원이 끝난 상태라 무급이었다. 교사들의 노력을 지켜본 실업극복국민재단 측에서는 다시 지원을 시작했고, 현재 4기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들만 사회적 기업으로 봐선 안 된다. 교육은 장기적인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이라면 사회서비스와 수익창출 두 마리의 토끼를 놓쳐서는 안 되겠지만 수익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소외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이 제공되지 않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일 텐데, 정부가 나서서 소외계층도 문화적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회적 기업 인증에선 아무래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하는 이 사무국장은 사회서비스와사회적 기업에 대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사업성으로 승부하는 전략

“제일 중요한 것은 상품의 질이다. 시장은 냉정하지만 실력만큼 인정받는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만큼 장애인이 만든 상품에 대한 편견도 심하다. 처음부터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생각에 ‘순 우리 밀을 사용하기 때문에 몸에 좋고 맛도 좋다’, ‘소비자불만은 24시간 이내에 처리한다’ 등을 홍보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러한 자신감과 함께 김동주 위캔센터 사무국장은 최근 일반 시장에서 경쟁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 쇼핑몰에 입점하게 됐다고 전했다.

위캔센터
정신지체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자 우리 밀 쿠키 생산·판매 기업인 '위캔센터'의 공장 현장 모습. 장애인 유형 중 취업이 가장 어려운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쿠키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재활과 자립을 돕는다. 그러나 뜻만으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 힘든게 다른 많은 단체들의 현실이다.
장애인 40명과 비장애인 16명이 근무하는 위캔센터는 현재 4억5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매출 목표액은 10억원이다. 올해는 7억2천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내년쯤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김 사무국장은 말했다.

위캔센터는 정신지체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자 우리 밀 쿠키 생산·판매 기업이다. 장애인 유형 중 취업이 가장 어려운 정신지체장애인들에게 쿠키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재활과 자립을 돕는다. 수익창출 면에서나 사회서비스 면에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위캔센터는 우수한 역할모델로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정신지체장애인이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생산적인 사람으로서 이들이 가진 능력을 인정받게 하고 싶었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이들에게 직업교육을 시킨다는 것도 어려웠고, 사회적인 냉대도 힘들었다.”

장애인들도 그저 쿠키를 만들어내면 사무국장이나 원장이 모두 팔아다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첫째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자 했다.

사업이 어렵다보니까 위캔센터의 미션과 비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직원교육과 회의, 워크숍 등을 통해 직원들 모두 ‘위캔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새기며 동기부여를 독려했다. 동시에 좋은 품질의 제품 생산을 위해 전문업체로부터 쿠키 생산 공정 전반에 대한 컨설팅과 위생적인 쿠키생산시스템을 갖췄다.

“사단법인 형태이고 그동안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회적 기업 인증 절차에선 어려움이 없었다.” 다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비해 위캔센터는 장애인고용과 수익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은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판로를 개척하고 제품의 질과 맛을 보장받기 위해 계속해서 전략을 세우는 중이라고 김 사무국장은 말했다.

▶사회적기업의 해외사례 분석

유럽식 사회적 기업의 유럽식 모델은 사회서비스 제공을 핵심으로 한다. 1970년대 말 오일쇼크로 인한 유럽의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개념이 도입됐다. 국가중심적 노동정책의 한계와 복지국가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가 제공하던 사회적 서비스를 비영리기관으로 이전시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비영리기관들은 다양한 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부는 이들의 활동에 대해 보조금과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빅 이슈(영국)=노숙자들을 잡지 판매원으로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영국의 심각한 사회 이슈인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재취업을 위한 기술교육을 실시한다. 지난 1991년 설립해 그동안 5천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정부가 38%, 기업이 21%의 운영비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판매와 광고 수익으로 채워진다.

미국식사회적기업의 미국식 모델은 시장 지향적인 ‘기업’의 성격이 강하다. 주로 비영리기관의 재정 자립과 취약계층의 자활을 목적으로 한다. 1980년대 정부의 지원이 약해지면서 비영리기관들이 스스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영리적 수익활동을 벌이면서 사회적 기업이 발전하게 됐다. 이들은 직업훈련과 약물중독 치료, 상담 등 다양한 사회프로그램을 결합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민간 기업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활용한다.

◇홈보이즈 인터랙티브(미국)=미국 밀워키 빈민가의 청소년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시켜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1996년 예수회의 지원으로 설립된 이 기업은 대기업 등에 웹사이트 개발서비스를 판매하며 수익모델도 확보했다. 100만 달러를 넘는 웹사이트 개발수입으로 재정적인 안정도 확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50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취업에 성공했다.

전상희 기자

전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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