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은 탄광기업주의 이윤은 최대로 보장해주었지만 광부들의 안전과 인간존엄성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현재 전국에 수 만 명의 진폐환자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정부가 광부들의 인권과 건강문제를 오랜 기간 방치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진폐환자들은 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대물림한 가난’에 자식이 있어도 부모를 돌보지 않거나 돌볼 여력조차 없는 사람들이 거의 전부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 진폐환자들의 인권과 인간존엄성을 보호해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 특히 ‘재가진폐환자’ 의 생계대책문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절박하고 시급한 사회문제이다. 언제까지 이들을 ‘산업폐기물’로 방치할 것인가. 정부는 이제라도 이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는 데 주저없이 나서야 한다.
재가진폐환자 정밀실태조사 시급
2002년 노동부는 진폐환자가 총 1만7천여명이며 이 중 요양환자가 3천여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진폐 정밀검진을 받은 탄광노동자가 4만6천여명에 달하는데, 진폐환자가 1만7천여명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정부는 재가진폐환자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통해 재가진폐환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노동부는 지난 2001년 9월 15일 ‘진폐환자보호종합대책 마련’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재가진폐환자에 대한 생활보조비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노동부가 발표한 내용은 △진폐합병증 인정범위 확대 △진폐장해등급 확대 △보험급여 기준 및 요양관행의 합리적 개선 △진폐요양기관 및 복지시설 확충 △진폐환자의 재활프로그램 개발 운영 △진폐환자의 생활보호대책 마련 등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합병증이 있는 진폐환자에게만 이를 적용하고 재가진폐환자에게는 6년째 생활비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2인 가족기준(진폐환자의 경우) 최저생계비를 즉시 지급하여야 한다.
장해등급판정은 공정한가
진폐환자들은 현 근로복지공단 내의 진폐판정심사위원회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 특히 이같은 불신은 진폐전문 의료진 사이에도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진폐 관련 의료진들 중에는 “진단 결과 입원대상자라는 소견서를 명시했음에도 공단의 심사사위에서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단측의 판정기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진폐환자 판정 브로커들까지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근로복지공단은 진폐환자들의 불신과 진폐 관련 의료진들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보다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심사체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탄광노동자들의 생존현장인 광산을 폐광하는 조건으로 제시된 강원랜드는 진폐환자 복지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발전과 주민복지 향상과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광산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의 투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다. 특별법의 보호 아래 강원랜드는 최근 수 년 동안 3천여억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주민 복지향상을 위해 설치한 복지재단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폐광지역복지에 역행하고 있다. 이는 강원랜드 본래의 설립목적을 망각하는 행위이다. 강원랜드가 2006년도에 진폐환자에게 지원한 복지사업비는 9천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폐광지역 거주 진폐환자 1만3천여명에게 ‘1인당 6천원짜리 국밥 한 그릇’이 돌아가는 수준에 불과한 예산이다. 강원랜드의 설립 목적을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정부와 강원랜드 경영진은 이제라도 폐광지역 진폐환자 복지문제 향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성희직 한국진폐자협회 강원도회 부의장
성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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