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는 동사무소를 일방적으로 주민센터로 변경한 행정자치부에 대한 성토로 시작됐다.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명칭을 바꾼 것은 단순한 명칭변경이 아니라 주민자치에 대한 기본 가치를 무시한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현판 교체로 인한 예산낭비와 외래어 남용의 문제, 충분한 의견수렴의 절차가 빠진 점 등과 함께 지난 8년 동안 주민자치센터를 주민자치의 장으로 삼기 위해 노력해온 주민자치위원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주민자치센터 지역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나아가 주민자치위원회의 자치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조례의 개정 필요성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재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각 지역의 조례가 행자부의 표준조례를 그대로 베낀 붕어빵 조례로써 지역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차지의 정신과 실질적인 주민자치 기능을 보장하지도 못하고 있는 점도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극복해나가자는 것이다.
행정자치부가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꾸라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강제규정이 아니며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에서 다양한 명칭을 쓸 수 있는 것,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내용도 행정자치부의 표준조례가 유일무이한 지침이자 강제규정이 아니라 단순한 참고자료일 뿐이므로 지역마다 지역의 실정을 담은 조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동사무소의 명칭 변경으로 주민자치센터의 명칭 개칭을 권고 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조례 제·개정 운동을 통해 확대된 주민자치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아닌가하는 적극적인 의견도 나왔다. 또한 기초생활권 단위의 자치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자치위원회는 의결기구로, 동사무소는 집행기구로서 역할을 하는 집행과 의결의 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에도 많은 참석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주민자치센터전국협의회는 동사무소의 주민센터 명칭 변경과 상관없이 주민들이 애써서 발전시켜온 주민자치센터의 명칭을 고수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또 박람회 기간 동안 받은 서명 운동의 결과를 행정자치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속초의 주민자치센터박람회 현장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민자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들이 감동적으로 전시되었다. 박람회를 통해 다른 지역의 주민자치 운동의 좋은 사례들을 배우고 본받는 계기가 되었고, 주민자치 교류의 장으로서 순기능을 잘 보여주었다. 행정은 이러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뒷받침하고, 자치가 확대되도록 권한을 과감히 주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자치가 주민자치가 되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맞는 권한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동사무소의 명칭변경은 오히려 관치시대로 역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지역주민은 더 이상 행정서비스와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의 주인이자, 자신의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주민자치의 주체임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주민이 지역사회의 의사결정과정을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또 그에 따른 책임성을 부여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주민자치일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여 조례에 담아내는 것이 지방자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이다. 요즘 지방의회의 의정비 인상에 대해 의원 발의의 조례 건수를 예로 들면서 반대하는 것을 보면 이제 지방의원도 조례를 얼마나 발의 했는가로 의정활동을 평가받는 시대로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례’에 대한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의 관심은 아직 낮은 편이다. 조례가 여전히 우리의 지방자치에 있어서 자신의 시민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례의 사회적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청주시의 정보공개조례나 학교급식조례가 행정정보공개법과 학교급식법에 영향을 준 것처럼 오히려 상위법을 선도하는 기능을 할 뿐 아니라 주민참여의 통로로서 주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좋은 조례 하나가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바꾸고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 문제도 깨어있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그리고 주민자치위원회가모범적인 조례를 하나의 선례로 만드는데서 길이 있다고 본다.
김미경 희망제작소 조례연구소 연구원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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