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 등 개선요구 시민행동

시민단체가 요구한 망내할인을 이통3사가 수용했지만 기본료를 인상한 요금제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통사들이 국민적인 요금 인하요구를 회피하기 위해 가입비 폐지, 기본료 인하 등 요금제에 대한 근본적인 제고 없이 면피성 조치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SKT는 지난 17일 ‘기본요금을 2천500원 더 내면 자사 가입자 간 통화료를 50%를 할인’하는 요금제를 내놓았다. 다른 이통사들도 잇따라 망내할인 요금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망내할인은 독과점 사업자에게 쏠림 현상 우려가 있어 원가 인하가 소비자의 더 이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YMCA시민중계실 등 시민단체들도 과다하게 책정된 가입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통 3사 지난해 가입비 수익 4천억원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동통신 3사가 지난해 얻은 가입비 수익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시민단체가 주장해 왔던 가입비 폐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창선 민주신당 의원이 지난 15일 정통부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이동통신 3사가 가입비로 얻은 수익은 총 3천868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SKT가 2천524억, KTF가 755억, LGT가 589억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가입비는 SKT는 5만5천원, KTF·LGT는 3만원이었다. 가입자가 해지 후 재가입비를 면제해주는 기간도 이동통신사별로 차이를 보였다. SKT는 해지 후 2주 이내, KTF와 LGT는 해지 후 3년 내 재가입하는 경우에 가입비를 면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입비 폐지 요구에 대해 이동통신 3사는 개설비용, 장기투자 등을 이유로 현행 가입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T와 다른 업체인 KFT·LGT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SKT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망내인하를 요구해서 수용했는데 여기다 가입비 폐지까지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1년에 8백만명의 가입자가 이통사를 바꾸는 상황에서 그 비용 부담을 수익자에게 부담시키겠다는 것으로 중계망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입비를 내려야 할 이유가 없다. SKT의 고유한 가격정책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쟁사들은 SKT에 비해 조금 다른 어조로 ‘합리적인 가입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FT 관계자는 “가입비 3만원은 SKT보다 2만5천원 싼 최소 책정 비용”이라며 “당분간 가입비를 인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LGT 관계자는 “가입비 인하에 대해 정해진 입장은 아직 없다”며 “해지 후 3년 이내 재가입하면 이를 면제해 주는 등 가입자를 배려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투자비용’… 외국과 비교

이러한 업계의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가 4천100만명에 이르러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투자를 이유로 과도한 가입비를 책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김희경 서울YMCA시민중계실 팀장은 “미래 투자로 인해 가입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자동차 회사가 해외진출을 해야 하니 국내 자동차 값을 올리겠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외국에서도 가입비가 없거나, 있어도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가입비 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OECD 30개국 중 가입비가 없는 나라는 20개국이다. 가입비가 있는 10개국 가운데 미국이 3만원, 일본이 2만5천원 선이고, 오스트리아와 스웨덴이 5만원 가량 가입비가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캠페인 기간 동안 가입비가 면제되는 등 사실상 무료인 경우가 적지 않다. 또 GDP가 우리의 2배에 이르는 이들 국가의 구매력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우리나라의 가입비는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시민중계실은 지난 17일 정통부 앞에서 100일 동안 진행해온 '이동통신 요금인하 시민릴레이 1인시위'를 종료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고가요금을 묵인한 정통부를 감사원에 감사 청구하고 이동통신 3사를 SMS서비스 담합 혐의로 공정위에 고발하는 등 ‘이동통신 4대 괴물 몰아내기 시민행동’을 계속할 방침이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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