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적 권리는 그 향유자의 체류 상태에 좌우될 수 없는 성질이다. 또한 지원 대상에서 ‘불법’ 체류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반인권적인 정책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라 하더라도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과 같은 피해를 입은 경우 노동사무소 진정과 국내 사법절차를 통한 법적구제가 가능토록 한 조치, 미등록 이주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경우 형사고소를 통해 피해 구제를 가능토록 한 조치 등과 같이 미등록 이주자에 대한 권리보호의 범위를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 체류 외국인 배제는 부모가 미등록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에 태어나자마자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아이들을 원천적으로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점까지 갖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법무부는 결혼이주자가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사회통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교육을 이수하지 않는 경우 체류 상 불이익도 부가하겠다고 한다. 결혼 이주자의 조속한 사회 적응을 도와 프랑스 이민자 폭동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사실 각종 실태조사를 통해 국제결혼 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이 언어 소통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결혼 이주자에게도 한국어 습득은 당면한 최대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참여율이 낮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 기인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으로부터 사회통합 정책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참여를 불허하는 가족들의 인식 부족, 교육 정보 및 장소에 대한 부족한 접근성, 교육 내용의 불균질성이 사회 적응 프로그램의 현주소라면 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은 조정되어야 한다. 일단 사회통합교육을 ‘의무화’하면 사회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발상은 너무나 안일하고 단순하다. 서로 다른 문화, 언어, 환경을 극복하고 한국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홀로 분투하는 결혼 이민자의 어깨에 또 다른 돌덩이를 얹는 것이다. 다문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를 정비해야할 국가의 책무를 결혼이주자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하는 것이다.
각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가 ‘다문화주의’와 ‘다문화사회’를 이야기하며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책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내고 있지만 도대체 다문화주의가 무엇인지, 다문화사회를 위한 다문화가정 지원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다문화 지원 정책 방안에 다문화가 상호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떠한 공공정책을 시행할 것인지, 나아가 소수집단의 정체성 보장을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정치적 결사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고민과 내용은 빠져있는 것이다. 실상 ‘다문화’를 표방한 법·정책의 현실은 이주민에게 한국사회로의 일방적인 정착과 통합만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라미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소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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