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에서 농사를 짓는 김순옥 씨(44세)는 지난해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진행한 지리산권공동학습프로그램 ‘지리산희망씨앗찾기’에 참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반신반의하며 참가한 프로그램이었지만 강수돌 고려대 교수의 ‘세계화에 맞서는 풀뿌리 운동’이란 주제의 첫 강의를 듣고 나니 포기하고 떠나려던 생각은 어느새 다시 시작해보자란 희망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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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생명연대 |
| 2006년 지리산권 공동학습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순옥 씨(오른쪽)를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이사(왼쪽)가 축하해주고 있다. |
“처음부터 마을만들기를 하자는 생각으로 강의를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변했다기보단 원래 하던 고민들을 갖고 행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교육을 받으면서 지난해 남편과 같이 애들이 다니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농촌에는 결손가정이 많아요. 그래서 왕따당하는 아이들도 많고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아이들도 있지요. 이 아이들을 지역에서 품어야 한다, 이 아이들이 있는 학교를 지역주민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뜻이 맞는 학부모들을 모아 학교 울타리에 장미를 심었다. 학교에서 지역주민들이 평생교육을 받고 또 그것을 활용하자는 생각에 국화도 키워서 내다 팔 생각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교육과 관계된 문제다 보니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도시로 내보내고 싶어 하니 더 힘들어요. 야간공부방을 하면 그래도 아이들이 떠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선생님들 도움으로 면사무소와 복지회관을 돌며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 애들만 열심히 다니고 있지요. 작년에 유치원도 없어졌는데 학교까지 없어지면 누가 이 동네로 오려고 하겠어요.
학부모들도 농사일하느라 바빠서 이런 고민들 모두 하고 있을 텐데 나눌 여유가 없습니다. 작은 학교라서 마음만 뭉치면 되는데 안타까워요. 그래도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김 씨는 교육을 받고난 후 바빠졌다. 다섯 아이들 챙기랴, 살림하랴, 지난 봄에 인증 받은 친환경애호박 키우랴, 학교운영위원회 활동하랴, 협의회 행사 참석하랴 정신이 없다. 바닥을 치고 나니까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이젠 마음을 비우고 처음으로 되돌아가 내가 있는 곳에서 다시 일어서보이겠다고 말하는 김 씨는 앞으로 더 바빠질 것이다.
구례=전상희 기자
구례=전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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