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국책사업 한국수력원자력(주)본사이전, 양성자가속기, 방폐물처분장 이라는 경제적 논리 앞에 천년고도 경주는 홍역을 앓았다. 한수원 본사 이전문제로 지역주민들(감포, 양북, 양남)과 경주시청, 시내지역 일부 주민들 간의 갈등은 엄청난 적개심을 품게 되었고, 과격한 행동으로 표출 돼 많은 분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방폐장, 올바른 민의 수렴을
그런데도 정부(산업자원부)와 한수원은 3천억 플러스+(특별지원금)라는 경제적 논리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홍보로 지역주민들의 올바른 민의를 왜곡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금까지 방폐물의 처분과 관리에 대한 기본계획조차 수립하지 않다가 산업자원부가 지난 6월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을 입법예고하고, 법제처, 국무회의를 거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산업자원부에서 입법예고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특히 방폐물 공론화의 이해당사자인 산업자원부는 핵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이해를 대변해 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그러므로 산업자원부가 입법을 주도하고 사회적 공론화에 앞장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방폐물 처분에 국민세금이 사용될 개연성과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가능성, ‘재활용’에 대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국가의 중요한 정책인 방폐물 관리와 기금운영, 공단 설립,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가 지역주민(20개 원전이 가동 중인 월성, 울진, 고리, 영광)의 참여 없이 법안이 만들어지고, 사회적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에 심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
특히 정부가 안전성, 투명성, 전문성을 이유로 추진 중인 방폐물처분장 관리의 공단화(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가 있다. 물론 모든 핵폐기물 처리에 있어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장과 고준위방폐물(사용후 핵연료)처리 까지도 종합적으로 관리하여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하지만 발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전기만 생산하고 핵폐기물은 나몰라라 한다면 천년의 역사를 멈추어 가면서까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유치한 경주의 미래는 이제 누구와 의논해야 하는가? 거대 기업, 알짜 기업, 국가 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주)를 보고 방폐장을 유치했는데 경주시민들과 한 마디 상의 없이 방폐물의 처분과 관리를 ‘공단’으로 분리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법 제정의 조건
정부의 ‘방사성폐기물관리법안’은 다음과 같이 제정되어야 한다. 첫째,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하여 논의가 되어야 하고 원전이 소재하는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는 독립기구로 운영되어야 하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 있는 해당 지자체장(경주시장)은 필연적으로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방폐물의 처분 및 관리에 대한 공단 설립은 신중해야 한다. 공단설립에 따른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원전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넷째,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리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는 반드시 필요하나 이제 막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착공식(11월 9일)을 하고 있는 이때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논란은 시의 적절하지 않다.
다섯째, 지역민(경주시민)을 배제한 어떠한 법안도 인정할 수 없다. 산자부는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대한 주민 설명회와 토론회 개최가 선결조건임을 수용해야 한다.
이재근 경주환경연합 집행위원장
이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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