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변화에는 늘 선구자들이 있어왔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움직임이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미약하지만 그 뜻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환경단체나 일반 엔지오들도 이 일에 많은 힘을 보태고 있고, 종교인들의 움직임 또한 활발히 일고 있다. 요안원불교외국인센터와 청파감리교회를 찾았다. /편집자

재생에너지 보급 이주민지원 ‘일석이조’

“놀고 있는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세워보세요. 어느 공장보다도 이윤이 쏠쏠해요.”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요안원불교외국인센터 건물에는 태양전지 모듈 40개가 지붕을 덮고 있다. 3층짜리 가정집 규모인 이곳에 3kw급 햇빛 발전소를 건립한 이는 원장 최서연 교무다.

“오늘은 날이 화창했지? 7kw네.” 최 교무는 해질무렵이면 항상 하루에 생산된 전기가 얼마인지 햇빛 일지를 적는다. 생산된 전기는 한전에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에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만든 전기를 kw당 714원에 사주고 있고, 전기값 100원과의 차액 600원 가량은 고스란히 요안원불교외국인센터의 수입원이 되고 있다. 2005년 10월부터 발전을 시작한 이곳은 최 교무의 햇빛일지에 따르면 첫 해에는 3천92kw, 올해는 총 3천30kw를 생산했다. 그래서 올해 총 수입금은 200만원 남짓 예상된다. 태양전지 모듈을 포함한 초기 설치비에 들어간 2천400만원은 약 8년이면 회수가 가능한 것이다.

요안원불교외국인센터 건물 지붕에 지난 2005년 10월부터 태양광 전지가 설치되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최서연 교무가 햇빛발전소를 만든 이유는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서였다. 직접적인 동기는 지난 2002년 전남 영광 핵폐기장 건립을 반대하면서 대안에너지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영광은 원불교 성지라 더욱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부안이든, 경주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이상 그 어느 곳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40% 이상을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하면서 대안없는 운동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요.”

또 하나의 동기는 바로 최 교무가 펼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일과도 연관된다. 이주노동자나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글교육과 다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최 교무는 제3세계에도 이런 운동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지난해에는 이주민들과 함께 서울 부암동의 에너지전환 사무실에 있는 햇빛발전소를 견학하기도 했다. “이주민들이 위치한 나라들이 대부분 적도 근처에 있잖아요. 우리보다 햇빛이 풍부한 그곳에 이런 발전소를 세운다면 부족한 에너지를 해결할 수 있고,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이 의식을 갖고 고향에 돌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시민단체인 에저지전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서연 교무는 틈틈이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 에너지전환의 시민발전 1호기가 탄생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레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최서연 교무가 한전과의 계약을 통해 햇빛발전으로 생산되는 전기를 팔고 있는 상황을 표시하는 계량기를 보여주고 있다.

설치비는 어머니인 이진임(72) 씨로부터 빌렸다. 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종교관에서 개방적인 분이었고 대안에너지 운동에도 적극적인 지지를 해줬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은 집이기에 두 분의 세례명인 요하킴과 안나의 첫 글자를 따서 ‘요안원불교 시민발전소’라 지었다.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등 설치도 간단했다. 이틀만에 시공을 끝낸 후 곧바로 발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10월 25일부터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요안 원불교 발전소는 처음 1년간은 자가용으로만 운영하다 지난해부터 상업용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때가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관련 법이 정비가 덜 됐기 때문이었다. 걸림돌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이었다. “도시에는 발전소를 세울 수 없다는 이 법 때문에 1년이 늦어졌지요. 도시지역에는 발전시설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안해줬어요. 법 제정 당시 발전시설이란 화력이나 원자력 등 대규모 발전소에 적용되는 문제를 똑같이 재생가능에너지에도 적용한 거지요. ”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배인 최 교무도 자가용으로 운영할 때는 약간의 전력 남용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80평 규모의 건물의 모든 전기기구를 다 돌리고 남았어요. 전기가 많이 생산되는 봄여름에는 계량기가 거꾸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때는 전열기도 좀 이용을 했지요. 하지만 태양에서 에너지를 공급 받는 다고 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써서는 안되지요.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전기를 대체해 가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에게도 보급을 늘려야 하니까요. 십시일반으로 나서면 기후변화도 막을 수 있지 않겠어요? ”

최 교무는 상업용으로 바뀌면서 햇빛발전소에 더욱 애정이 간다고 했다. 눈이 오는 날에는 손수 지붕에 올라가 눈을 치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품을 들이는 것이 번거롭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 수익금은 전액 이주민들의 지원활동에 쓰일 예정으로 ‘햇빛이 주는 후원’인 셈이다. 조만간 그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추가로 햇빛 발전소를 더 건립할 계획이다.

이향미 기자

이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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