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민주화 척도는 ‘소수자’

“주로 미국 학계에서 진행되는 민주주의 이행론(democratic transition)이나 민주주의 공고화론(democratic consolidation)이 선거민주주의나 절차적 민주주의 등의 정착과 공고화에 초점을 둔다면, 그러한 형식적 민주주의 속에서 실질적으로 사회경제적 평등화가 얼마나 진전되는지, 또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성공회대 민주주의와사회운동연구소(소장 조희연)는 지난 15일 비교사회적 관점에서 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변화-민주화 이행과정에서 복합적 갈등과 위기란 주제로 학술심포지움을 개최했다.

민주화 이행과정 분석

이날 심포지움에서 조희연 소장은 “민주화가 경제·사회적 탈독점화와 평등화 완화에 기여한다는 미국의 많은 민주화 이행론자들과 반대로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부정적 결과를 강조하며 경제·사회적 탈독점화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상반된 논의가 있다”며 “이처럼 민주화 과정에서의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구조 등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관심은 ‘소수자적 시각’에서 민주주의를 재정립하고자 하는 문제의식 위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민주화가 왜곡되지 않은 공정한 다수자 통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면 반대로 정치적 민주화로 인해 그러한 ‘공정한 다수자 통치’ 속에서 소수자의 사회경제적 존재는 어떤가라는 차이를 되물을 수 있다”며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변화와 개혁의 한계를 소수자적 시각에서 확장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움에선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갈등과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의 사례와 동시에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등 아시아의 사례가 제시됐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은 구 정치적 독점의 해체가 불완전한 ‘정치적 신과두제’(neo-oligarchy)의 유형으로, 한국과 대만은 상대적으로 구 독재적 보수세력의 정치적 주도권이 균열된 ‘정치적 다원경쟁체제’ 유형으로 진행됐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정치적 민주화의 ‘불철저성의 차이’는 사회경제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자유주의 유입 ‘쟁투’

또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정치적 신과두제 유형의 국가에서는 친미적·반미적·비 친미적 인식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지목한다. 더불어 신자유주의적 지구화가 추동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내부화되면서 치열한 ‘쟁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설적으로 정치적 민주화가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한국과 대만에서는 친미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적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모델 자체가 대중적 저항 없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주류정치학이나 사회학을 넘어서서 아시아의 민주화 과정을 ‘아시아 주체적인’ 혹은 ‘탈 식민화적’인 시각에서 분석·재정립해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담고 심포지움에 나선 조희연 소장은 “소수자의 입장에서 민주주의론을 재정립해보고자 하는 의미를 부여한다면 결국 정치적·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더라도 그것이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차별의 획기적 완화를 포함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소수자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다양한 사회경제적 하위주체들이 새롭게 ‘자발적으로 승복’ 할 수 있을 정도로 민주주의의 내용이 재구조화되지 않으면 신생민주주의는 안정화될 수 없다”고 지목했다.

‘민주주의의 재구조화’

조 소장은 또 민주화 이후 경제·사회적 독점의 민주화와 다양한 사회경제적 하위주체들의 이해와 요구가 민주주의 틀 내에서 수용되고 해결되는 것을 ‘민주주의의 사회화’라고 칭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민주주의의 민주화’ 담론의 모호성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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