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2일, 대한민국 제17대 국회는 새만금사업 개발촉진을 위한 특별법과 동·서·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률의 국회 통과로 우리나라의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 연안지역 모두가 개발예상지로 둔갑하게 된다.

새만금 특별법은 지난해 방조제 물막이 공사 이후 농지 목적으로 매립 예정인 새만금 내부 갯벌을 산업단지와 관광단지 등의 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은 아직 간척된 땅이 아니라 엄연히 바다와 갯벌이다. 무려 401㎢로 여의도 면적의 140배이며 간척까지는 향후 20~30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현행법으로 충분 단지 개발이 목적

현행 적용 법률인 공유수면매립법에 의해서도 사업 진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새만금에 왜 특별법이 필요할까? 연간 사업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고 당장 개발할 땅이 아니라 향후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한데 말이다.

동·서·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은 해당지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남해안, 동해안 발전법 등으로 나뉘어 법안이 제출되었지만 이를 통합하였다. 목적은 국제적 휴양지로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며 각종 보호 및 개발제한에 의해 기반시설 등이 낙후되어 있어 이를 해결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서·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으로 전 국토면적 99,866㎢ 중 29%인 29,094㎢가 특별법의 미명하에 개발예정지로 둔갑한다. 여기에다 새만금 간척 예정지 401㎢를 합하면 29,495㎢가 특별한 지역으로 선포된다.

전 국토면적의 30%가 넘는 지역을 놓고 특별법을 제정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할 일인가.

특히 우리나라 연안지역은 각 종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부산, 전남, 경남 등의 남해안 지역만 하더라도 해상국립공원이 2개이고 그 면적은 2,867㎢이다. 또한 연안습지보호구역이 7개지역으로 144㎢, 수자원보호구역은 9개 지역으로 3,654㎢이다. 그 이외에 환경보전해역, 특별관리해역, 개발제한구역 등을 포괄하고 있다.

수자원보호구역의 경우 무분별한 육지 및 해면에 대한 개발과 훼손을 엄격히 규제함으로써 수산자원의 보호 및 육성에 기여코자 한 것이다. 만약 이 법률조항이 없다면 우리의 바다는 황폐화될 것이며,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어패류는 구경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보호장치는 상당부분 무력화되고 만다.

소요예산 100조원 추정

또한 국립공원을 포함하여 무려 76개의 자연공원을 훼손하게 된다. 환경부 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는 요식적 행위에 그칠 것이다. 오죽했으면 환경부가 동·서·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의 법사위 통과에 유감 성명을 발표했을까.

현행 연안의 통합적인 관리를 위해 제정되어 있는 연안관리법은 해양수산부가 주무 부처이지만 동·서·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의 주무부처는 건설교통부이다. 같은 지역을 대상으로 2개의 주무부처가 생기는 셈이다. 행정의 혼선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새만금 특별법은 32개 법률, 동·서·해안권 발전 특별법은 36개 법률에 의한 각종 인·허가 의제 처리, 산업단지와 관광산업의 각종 특례 적용, 국고보조금의 우선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행정복합도시특별법 등과 마찬가지로 기반시설에 대한 국고부담, 조세감면, 부담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국민들의 호주머니가 동이 날 지경이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남해안 특별법안 제정을 추진하면서 총 예산 41조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이 중 국비지원이 30조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해안 개발 사업에는 8조원, 서남해안 개발 사업에는 36조원, 새만금개발사업의 경우 농지용도가 아닌 산업 및 관광 목적으로 변경된다면 20~3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0조원 이상의 돈이 투자되어야만 한다. 민자 유치를 말하고 있지만 전체 사업비의 3/4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으로 나가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런데도 국민에게는 단 한차례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 과연 100조원 이상을 투자해서 어느 정도의 이윤을 남기 수 있을지 이 법률의 제정을 추진한 국회의원들은 계산해 보았을까.

그렇게도 재선 표가 필요했나

이 법이 제정되지 않아도 우리 국토는 지금 개발의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80년에서 2006년까지 각종 개발로 인해 사라진 자연은 총 24,966㎢이다.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손꼽히는 서·남해안의 갯벌은 1987년에서 2005년까지 무려 20.4%인 653.3㎢가 사라졌다. 매년 여의도 면적의 1.2배인 산림이 골프장으로 바뀌고 있고 2007년 한해만도 여의도 면적의 210배인 611.84㎢이 공사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 연안지역까지 개발지로 내몬다면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자연은 어디에도 없다.

국토의 30%를 개발 대상지역으로 만드는 이 어처구니없는 특별법을 왜 17대 국회는 발벗고 나서는가? 그렇게도 재선을 위한 표가 필요한가.

박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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