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슘페터 경제사상부터 한국자본주의까지 100년의 역사 빼곡
과거 교조적 논리를 가지고 현재 문제 해결 접근은 커다란 오류

천박한 하류자본주의로 치닫고 있는 한국의 오늘을 철학과 사상의 부재로 규정하고 20세기의 경제사회사상을 총 정리한 책이 출간됐다. <21세기로 가는 사회경제 사상>이 바로 그것. 이 책에서 저자들은 20세기 대표적인 경제사상가와 내용, 그 시대적 배경 및 그들이 주장한 정책들을 소개하고 이를 근거로 21세기를 엿보고 있다.

20세기 사회경제사상 심도있게 고찰

21세기를 열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선진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국가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즉, 그동안 복지를 중시했던 국가는 성장을, 반대로 성장을 중시했던 국가는 복지주의를 택하면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구조를 교묘히 배합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선택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국가 발전에 있어서 매우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각국의 정책은 단순히 한 두 사람의 생각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국가의 발전전략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최소한 철학적 뒷받침과 사상적인 틀 거리에 준해 다양한 정책을 구사해오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이 굳건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 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의 오늘이 이렇게 몰도덕적이며 배고픈 양떼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것과 같은 현상이 만연하고, 사회구성원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규범적 가치가 사라진 것은 바로 국가의 경제학적 사상과 철학의 빈곤에서 연유한다고 본다.

21세기의 입구에 서서 그 앞날을 전망하고 미래를 향한 당위적 방향을 가늠하면서 현재의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선 역사로서의 20세기의 사회경제사상을 깊이 있게, 체계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산업화 200백여 년의 역사나 인류문명사 중에서 우리인류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과거 없는 현재가 없듯이 20세기는 어떤 사회였는가를 깊이 있게 성찰하지 않고서는 현재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옳게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20세기 사회경제사상을 시대 흐름에 비춰 중점적으로 살피고 그 역사적 의의를 점검해 새 시대의 역사적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혁 모두 회고적 취미에 빠져서는 안돼

이와 함께 이 책은 사상이나 이론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20세기의 사회경제사상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예컨대 미국적 가치나 미국식 경제학교육의 도입으로 우리의 경제학 분야가 외골수로 흘러감으로써 한국에서의 경제학이나 경제사상이 일원화돼버린 결과 가장 중요한 다양성이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을 반대하는 게 아닌 그러한 교육을 받은 경제학자나 이코노미스트들이 정통파 이외의 사고방식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기들만의 좁은 세계 속에서 자기만족에 도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지적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보수나 진보는 다 같이 낭만적인 향수에 빠져 오늘의 현실을 정확히 보지 않고 어제의 교조적 논리를 가지고 오늘의 문제를 인식, 해결하고자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혁 다 같이 회고적(retro) 취미에 빠져 보수성을 띠고 있다. 이들이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오늘을 똑똑히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어제(20세기)를 제대로 알아야 하며 그 토대 위에서 오늘의 입장과 문제를 아는 균형감각을 갖고 미래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해지면서 그 시야를 넓혀야 한다.

실현성과 사회통합 기능이다

더욱이 오늘날 사회 각계각층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가늠하지 못하는 방향감각상실 상태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게 어느 누구의 책임이라기보다 모두가 역사적 대전환기의 급격한 내외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워 적절한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사회의 진로가 될 꿈이나 이상을 담은 비전을 내세우는 집단들이 미래, 비전, 희망과 같은 이름아래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의미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실현성이 있어야 한다.

실현되기 위해서는 희망을 주는 미래상으로서의 비전이 시민다수의 공감을 얻어 강한 지지를 받아야 하고, 그럼으로써 시민다수를 단합시키는 사회통합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다. 그러한 바른 비전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해나 사상이 깊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과거와 현재 성찰, 미래 비전 제시

이 책은 우선 서장에서 20세기를 전반적으로 회고하고 있다. 약사로서의 20세기와 의미, 진보적 사관들에 대한 논의를 담았다. 1장부터 23장까지는 근대사회경제사상의 역사적 흐름을 개관했다.

서구자본주의의 위기의식, 케인즈 사상과 현대자본주의, 후생경제사상과 공리주의, 신제도학파, 민주사회주의사상, 마르크스사상체계와 현대적 의미, 금융자본주의와 제국주의론, 신사회주의 경제체제사상, 슘페터의자본주의쇠퇴론, 미국의 급진주의 경제사상, 신자유주의경제사상, 틴버겐의 최적경제체제사상, 미르달의 복지세계체제의 경제사상, 자립경제와 종속경제론, 한국자본주의 경제사상과 과제를 다룸으로써 지난 100여년을 정리했다.

아울러 마지막장에는 이러한 흐름 속에 21세기의 문제점과 21세기에 도래할 사회경제 모습을 사회경제학적 관점에서 일단을 드러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도록 했다.

위평량 김윤환 著/대명출판사 27000원

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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