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내발적 발전·자력갱생 패러다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발전 모델[2] 김승국l승인2007.12.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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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발적 패러다임의 특징을 민족문제 중심으로 들면 ①민족 내면에 내재하는 사회발전 추진력을 총동원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②민족적 개성의 문제를 제출한다. 이 패러다임은 (민족적 개성을 지닌 민중의 힘에 의거하여 민중이 참가하는) 해방 패러다임과 비슷하며, (외세의 압력에 대항하는 민족의 결집체인 국가를 동원하여 민족을 분발시키는 점에서) 종속 패러다임과 가깝다.

남북한의 민족공조에 의한 발전(경제발전) 모델이 갈수록 긴요해지는 상황에서 내발적 발전 패러다임을 도입할만하다. 외세의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쓰는 민중의 힘이 내발적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민족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사회발전력을 총동원하는 내발적 발전의 모델을 내오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기아 등의 구조적 폭력이 내발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점에 유의하면서 인간적 발전(human development)·내발적 발전 모델을 모색해야할 것이다.

인간적·내발적 발전과 구조적 폭력

한반도 전체의 발전 모델을 정립하기 위해 앞에서 언급한 근대화에 대항하는 5가지 패러다임을 종합하면서 ‘민족 구성원 모두가 잘사는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틀이 요청된다. 이 틀을 만들기 위한 선결과제로서 북한의 인간적이며 내발적인 발전의 문제를 구조적 폭력의 관점에서 제기한다.

여기에서 ‘북한의 내발적 발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생소하므로 내발적 발전과 관계가 깊은 ‘자력갱생’을 중심적인 가치로 보면 좋을 듯하다. 구조적 폭력(북한 인민의 기아 등)과 관련하여 북한의 내발적 발전·자력갱생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러한 논의의 이론적인 뒷받침을 받기 위해 ‘橫山正樹’의 저서를 요약하면서 필자의 의견을 덧붙인다.

구조적 폭력을 극복하는 과정 진단

그는, 구조적 폭력을 극복하는 과정으로서의 ‘자력갱생’을 중심으로 내발적 발전론을 전개한다. 그는 먼저 갈퉁의 구조적 폭력론에 의거한 자력갱생의 개념을 설명한다.

갈퉁은 1969년에 발표한 논문 ‘Violence, Peace, and Peace Research’에서 구조적 폭력 개념을 제기한다. 갈퉁이 말하는 폭력의 3요소는 가해자·피해자·영향(폭력의 영향·피해)이다. 갈퉁은 전쟁행위와 같이 가해자가 직접 눈에 보이는 폭력을 직접적 폭력이라 부르고 기아·억압·학정·착취와 같이 가해자가 직접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회구조적으로 다수의 피해자들이 사회적 불공정에 빠지는 폭력을 구조적 폭력이라고 부른다.(직접적 폭력을 지양한 상태가 소극적 평화이고 구조적 폭력을 지양한 상태가 적극적 평화임을 갈퉁은 강조한다) 사회구조에 내재하는 구조적 폭력은 권력의 불평등, 권력의 불평등에 의한 생존기회의 불평등을 포함한다. 소득의 불평등으로 물자가 불균등하게 배분됨으로써 글을 배우고 교육 받을 기회가 불균등해지거나 의료 등의 복지가 특정한 지역·계층에 편중될 때 구조적 폭력이 발생한다.

시민사회신문 DB
북한 인민의 구조적 폭력을 지양하는 적극적 평화의 노력이 긴요하며, 이를 위해 구조적 폭력의 원인을 제공하는 미국의 대북 군사 전쟁 위협(직접적 폭력)이 사라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8월 한미연합사 앞 시민사회단체 집회 장면.

물질 분배의 결정권이 불균등하게 배분되는 문제도 구조적 폭력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잠재적 실현성(the potential)과 현실(the actual) 사이의 괴리에서 구조적 폭력이 생긴다. 인간(개인)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경제·사회 구조가 구조적 폭력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구조적 폭력의 온상에서 피해자는 분명이 있으나 가해자가 구조적으로 은폐되어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가해자에게 책임을 직접 물을 수 없다.

이처럼 누구에게도 폭력의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부담하는 고통을 ‘부조리한 고통’이라고 부른다. ‘부조리한 고통’ 개념에는 쾌락의 양을 늘리는 공리주의의 개발관 대신에 고통의 양을 줄이자는 발상의 전환이 깃들어 있다. 따라서 직접적·구조적 폭력의 결과 제3세계 민중이 부조리한 고통에 빠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구조적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평화창출이 있어야하며 이와 연동된 발전모델이 나와야한다.

제3세계와 선진공업국의 격차는 기본적으로 사회구조에 내재하는 폭력의 문제이므로 구조적 폭력의 극복 즉 적극적 평화창출의 과제가 제기된다. 그리고 구조적 폭력에 맞서 일상적으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구조적 폭력의 피해자들이며 부조리한 고통 속에 있는 제3세계 나라의 민중들인 바, 이들의 투쟁이 바로 자력갱생이다. 여기에서 자력갱생은 ‘피해자들(구조적 폭력의 피해자들)이 구조적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주체적·의식적인 행위의 과정’이며, 이러한 자력갱생이 없으면 민중의 자립에 의거하는 인간적·내발적 발전이 불가능하다.

내발적 발전과 자력갱생

‘鶴見和子’가 엮은 책에서 소개하는 ‘내발적 발전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①식량·건강·주거·교육 등 인간이 살기 위해 기본적인 요구가 충족되는 것 ②지역 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실현하는 자조(自助) ③지역의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 ④각각의 사회내부의 구조변혁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발적 발전의 요건이 어우러져야만 자력갱생이 가능하므로 양자(내발적 발전과 자력갱생)의 공통성, ‘구조 변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내발적 발전에서 말하는 ‘인간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현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은 갈퉁의 구조적 폭력 극복(인간의 잠재적 실현성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함)에 다름 아니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내발적 발전의 동의어인 자력갱생은, 구조적 폭력을 극복하는 즉 부조리한 고통을 줄이는 접근방법이다.

북한의 구조적 폭력과 미국의 직접적 폭력

앞에서 기술한 내발적 발전-자력갱생-구조적 폭력-부조리한 고통의 연관성을 북한의 현실에 적용하면서 평화지향적인 발전 모델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①현상적으로 볼 때 북한의 기아는 구조적 폭력에 해당된다. ②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폭력의 원인을 소급하면 직접적 폭력(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전쟁 위협)이 등장한다. 북한 인민이 당하는 ‘부조리한 고통(미국의 대북 군사·전쟁 위협이 부조리하지만 당할 수밖에 없는 고통)’이 직접적 폭력의 계기를 이룬다.

③미국의 대북 군사·전쟁 위협이라는 직접적 폭력과 북한의 경제난이 어우러져 대량 기아 사태가 발생했다. 기아 사태를 일으키는 자연재해도 직접적 폭력(60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대북 군사·전쟁 위협)에 따른 사회 인프라의 결여와 연관이 있다.

④북한인민의 기아라는 구조적 폭력의 상당부분은 북미간의 구조(대립구조)에서 파생된 것이다. 북미간의 대립구조라는 외부요인에 의해 북한 인민이 신체적·정신적인 잠재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결과 기아 등의 구조적 폭력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⑤이처럼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전쟁위협이라는 직접적 폭력이 기아 사태라는 구조적 폭력을 유발하고, 기아 사태 속에서 인민의 생존·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게 되었다. 한편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경제제재·군사적 압박으로 북한 인민의 구조적 폭력(기아)이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전개되고 있다.

⑥따라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음으로써 북한 인민의 구조적 폭력을 지양하는 적극적 평화의 노력이 긴요하며, 이를 위해 구조적 폭력의 원인을 제공하는 미국의 대북 군사·전쟁 위협(직접적 폭력)이 사라져야한다. 미국의 대북 군사?전쟁 위협이 상존하는 한 북한의 내발적이며 평화지향적인 발전모델을 내오기 어렵다.

⑦이와 같은 발전모델을 내오기 위한 자력갱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북한은 이미 위로부터의 자력갱생(국가가 인민을 동원하는 자력갱생) 노선을 수행하고 있는데, 인민의 기아라는 구조적 폭력을 지양하는 새로운 목표가 추가되어야한다. 이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는 인민 개개인의 ‘아래로부터의 자력갱생 노력이 인간적·내발적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발전론’을 새로이 강구해야하며, 이를 위한 남한의 대북지원이 이루어져야한다.

남한의 대북 지원·경제협력은 북한의 인간적·내발적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한다. 남한의 정부·민간 차원의 대북지원 사업이 직접적으로는 인민의 기아(구조적 폭력)를 방지하는데 주력해야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악순환(미국의 대북 군사·전쟁 위협이라는 직접적 폭력이 구조적 폭력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쪽에도 무게를 두어야한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남북한 경제공동체가 바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 기여해야한다.

⑧그러나 미국의 대북 군사·전쟁 위협(직접적 폭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평화통일 이전까지의 과도기에 필요한 북한의 발전 패러다임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과도기의 발전 패러다임으로서 ‘자력갱생의 인간적·내발적 발전 모델’이 적합하며, 다음호에 전개할 ‘GPID를 통한 ‘인간적·내발적 발전의 방법론’을 북한에 적용할 수 있겠다.



김승국 평화만들기 대표

김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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