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반의 준비를 갖췄는데도 카메라 앞에 서니 긴장이 되는 걸 어쩔 수 없다. 원래 커다란 눈동자에는 자꾸 힘이 들어가고 입도 바짝 마른다. 엄마, 아빠와 처음 찍는 가족사진에서 실수는 있을 수 없다. 아이는 등 뒤로 손을 꼭 맞잡고 입을 앙 다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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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사회연대 |
| 박지산가족_방글라데시_2007 |
아이의 이름은 박지산. 축구선수 박지성을 좋아한 방글라데시인 엄마, 아빠가 붙인 이름이다. 지산이네 가족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청량리역에 전시됐다. 오는 13일부터 6일간 서울 종로 ‘평화공간 SPACE*PEACE'에서 다시 한 번 전시된다.
새사회연대는 세계인권기념일을 전후해 국민의 일상에서 인권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오늘의 인권전’을 개최해왔다. 10일이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이다. 약 60년 전인 1948년 12월 10일 UN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됐다. 당시 세계 2차 대전으로 참혹한 전쟁을 치러낸 사람들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국제적으로 확인하고 보장을 약속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세계인권선언이 탄생했고, 매년 이날을 기념일로 정했다. 새사회연대는 올해 행사에 앞서 예비프로젝트 전시회를 열어 인권의 하나인 문화향유권을 주제로 창신동과 포이동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 ‘인권’은 절대적인 선과도 같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권을 침해하고, 침해당하며 살고 있다. 어느 때에는 그게 인권이라는 자각조차 못하기도 한다.
새사회연대는 우리사회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미학적으로 해석하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건강한 방향을 제시하는 공감을 나누기 위해 오늘의 인권전을 개최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는 예비프로젝트 전시회에 참여했던 작가들 이외에도 다수가 참여해 인권 문제를 다루게 된다.
지산이네 가족사진을 찍은 이규철 사진작가는 새사회연대 사무실에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어 ‘이주노동자를 위한 열린사진관’을 3차례 열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여권사진, 개인 프로필, 가족사진, 고향에 보낼 사진 등을 찍고 무료로 인화해 돌려줬다. 네팔, 방글라데시, 필리핀, 파키스탄에서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이들의 문화향유권을 되짚어보며 우리가 잊고 지낸 인권을 자각하는 작업을 했다.
최근 한 방송사의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의 모습을 다룬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식 토크방송이 아니라 개그맨 남희석이 시골에 찾아가 국제결혼으로 한국 농촌에 와 있는 동남아시아 이주여성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고향 부모님들을 데려와 한국 가족과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진솔하고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에 울고 웃는다.
하지만 그들을 보며 TV 앞에서 흘렸던 눈물과 웃음은 거리에서 다시 그들을 만나게 될 때 긴장과 경계로 바뀐다. 인권을 눈으로, 머리로 생각하다보니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인권은 경험되지 못한 채 공포심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박주경 사진작가는 창신동에서 만난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그들의 삶과 그들의 가족이 우리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로 들으며 작업했다. 지난 3일을 이주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가상의 날로 정하고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함께 고르며 그들의 모습을 작품을 담아냈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권리’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자유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노동권, 학습권, 수면권, 건강권 등이 포함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제4회 오늘의 인권전에서 시나브로 우리의 삶과 생각에 파고들었던 인권에 대한 무지를 사진을 통해 확인하고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사회연대는 지난 3회의 전시회를 통해 인간이 일하고 쉴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회체제 속에서 은폐되어 온 반인권적 습성 등을 살펴본 바 있다.
전상희 기자
전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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