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교육문제는 민생문제이건만 어느 후보의 어떤 교육공약이 자신에게 유리한것인지 차분히 살펴볼 기회도 없이 'BBK 사건'과 '삼성특검'에 촉각을 세우며 대선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참여정부에 실망하고 등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인 취약 포인트가 교육문제와 부동산문제라고 분석할 만큼 피해감이 크고 교육양극화가 심화된 상태다. 경제를 살린다는 CEO형 후보가 교육문제도 해결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대선을 앞두고 교육운동단체들은 만 1년 전 부터 대선요구 교육공약을 준비해왔다. 주요 방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는 시장이 아니고 교육은 상품이 아니므로 교육에서 시장논리를 걷어내어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재정을 확충하고 유아교육부터 고교학교까지 더 나아가 대학까지 무상교육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입시고통과 학벌사회 해소를 위한 국공립대학 통합운영과 학력차별금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제도는 될 수 있도록 자주 변경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학력학벌서열이라는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고 지엽적으로 바꾸는 입시는 한계에 달했으므로 대학개방입학제와 기회균등 할당제 도입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공약은 전체 시민사회가 관심을 가진 공약이라 2007대선시민연대가 발표한 7대 대선 공약에도 포함되어있다.
셋째, 획일적인 국가주도교육에서 벗어나 교육과정을 학교특성에 맞게 자율화하고 학생인권이 존중된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번 대선에서 유력 대선후보를 포함해 몇몇 후보는 우리 교육을 왜곡시키는 대학서열화문제에 천착하여 대학 입시폐지와 대학의 평준화, 수능자격 고사화와 기회균등선발제, 학력차별철폐법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입각한 교육 공약을 제시하였다.
교육운동을 20년 가까이 해왔지만 이러한 변화는 파격적이다. 그만큼 입시문제가 심각하며 이젠 교육정책이 변죽만 울리는 것에서 벗어나 교육문제의 본질 중 하나인 서열화문제, 경제문제와 연결지어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교육을 계층화하고 서열화하려는 공약들도 난무한다. 교육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기보다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듯이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교육만족은 2배로 늘리겠다’며 그럴싸하게 겉포장을 해놓고 실제 내용은 특정 계급의 이해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것이다.
이들 정책은 교육문제에 있어 계층간의 요구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열화체제 안에서 온존하려는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학부모들끼리, 교사들끼리, 같은 국민들끼리 싸우게 하는 것이다.
최근 일부 대선후보는 교육시민단체가 대선후보초청 토론회를 열고자 할 때 자기편(?)이 아니라며 가차 없이 외면하고 있다. 자신의 교육공약을 대중들에게 자세히 알려 검증받고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기보다 대세론에 모든 것을 맡기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는 교육정책이 빈 가방인 채 선거에 나선 경우도 있다.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전에는 정책공약을 준비 중이라 응할 수 없다 하더니 후보로 확정되고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엔 표심잡기에 바빠 응할 수 없다고 한다.
대선후보나 대선캠프의 일정, 전략팀 입장에서는 언론 노출빈도가 높고 지면을 많이 할애 받는 것이 표심을 잡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하고 있다. 쟁점사안을 중심으로 후보 본인의 진지한 대국민 설명과 토론을 최소한 할당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치중하고 있다.
최근 핀란드는 교육의 수월성과 교육의 평등성에서 연이어 세계 최고를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 사례에서 보듯이 교육의 기회균등과 수월성은 상반되는 가치가 아니라 동반 상승할 수 있는 가치이다. 세계 각국은 영국처럼 교육 시장화에 앞서다가 시행착오를 겪거나 실패한 국가들의 사례를 거울삼아 교육의 공공성과 수월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교육개혁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 교육 현실에 만족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문제를 한방에 풀겠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교육은 특정계층에 들러리서는 교육이어서는 안되고 국민다수의 이익을 대변하며 누구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활용하게하며, 개인과 사회발전에 부응해야한다.
대학 자율에 기대어 교육공공성에 상처를 내는 교육시장화 정책들은 반드시 검증되고 보완되어야한다. 검증되지 않은 교육시장화 정책들이 대선을 틈타 교육부문에서 그대로 실행된다면 우리 사회는 잃었다는 10년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 백년을 잃게 되는 것이다.
김정명신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운영위원장
김정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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