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이 갈수록 요동치고 있다. 검찰이 BBK사건 관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모두 ‘혐의없음’이라는 수사결과를 내놓자 이에 반발하는 정치권이 일제히 검찰을 성토하고 있다. 에둘러 표현하자면 검찰이 대선 정국을 좌지우지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유일하게 기소독점권을 손에 쥐고 있는 검찰이 대선 향배를 가늠하는 셈이다. 물론 검찰을 있는 그대로 안믿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김경준씨 말대로 검찰이 감형을 제안하며 회유와 협박을 해 허위답변을 했고, 메모 내용도 모두 사실이라고 한 말이 정말 사실로 밝혀질 때 대통령 선거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느 시민운동가는 작금의 대선 정국을 보면서 비통해 한다. 대선은 분명 다음 5년을 이끌어갈 공동체 비전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함을 한탄한다. 게다가 여러 의견들을 교환하면서 유권자들이 차기 대통령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건만 정책은 아예 땅에 묻어버렸으니 국민들은 불행하다. 대선후보가 유권자에게 보여줘야 할 비전과 꿈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비통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7년 지금 70년대식 선거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슬퍼런 군부독재시절 핵심인사가 다시 정치에 들어섰고, 부패로 점철된 인사가 정통보수를 자임하며 대한민국 산하를 휘젓고 다닌다. 지금 한국사회는 어디로 가는가.

이에 맞서 시민사회가 거센 저항을 하지만 그다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 아니라며 부패정치세력 집권저지를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했지만 때늦은감이있다. 민주평화국민회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민가협 등이 결성한 비상시국회의의 외침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비상시국회의는 말한다. 경제적으로는 국내최대의 재벌 그룹, 사법적으로는 최강의 권력기관인 검찰, 그리고 위장전입과 취업, 탈세 등 갖은 탈법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부패 정치세력이 애국선열과 민주열사들이 피 흘려 지켜온 민주공화국의 터전을 부패로 물들이고 대통령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비상시국회의는 그러면서 87년 6월 항쟁 이후 그동안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온 우리 민주평화개혁세력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개탄한다. 여전히 이 땅에는 부정부패세력이 우리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고, 재벌, 검찰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은 부패한 보수정치세력과 연합하고 있다는 말도 한다. IMF를 가져온 부패정치세력이 신자유주의 양극화 성장체제를 더욱 강화하여 민생을 양극화의 불안과 고통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규제완화, 민영화, 작은 정부, 대책 없는 개방, 감세를 외치며 중산층과 서민을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상시국회의의 이러한 선언은 분명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자면 오래전부터 이러한 탈민주적 폐해를 진보가 한국사회에 전파하지 못한점도 깊이 반성해야한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친 지난 10년 이 정부를 둘러싸고 형성된 민주개혁 평화진보세력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이 이번 선거에 나타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오히려 보수가 한국사회 아젠다 상당부분을 선점해 왔다는 사실에 진보는 성찰에 성찰을 거듭해야 한다. 아울러 대선에 이어 한국시민사회도 유권자에게 심판받고 있다는 생각이다. 시민없는 시민운동으로 위기의식과 패배주의에 젖어 있지 말고 시민의 삶 속에 투영되는 현장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한국사회가 제대로 작동되고 시민이 행복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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