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위원회(IPCC)는 4차 종합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2000년 대비 50~85%의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단순히 생태계 파괴나 지구환경 위협에 그치지 않고 인류 문명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상생’과 ‘공존’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과연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혁신적인 수준의 ‘발리 로드맵’은 탄생할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각국 정부는 여전히 잇속 챙기기에만 바쁘기 때문이다. 지구의 운명을 저울질하는 발리 기후회의, 이번 총회의 이슈와 쟁점을 들여다봤다. |
정부 말만 ‘전향적’…감축목표치 없어
시민사회단체 공동참가단 파견
“자발적 의무감축 나서야” 촉구
발리 기후변화 회의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대응전략은 어떠할까. 이번 총회에는 이규용 환경부 장관을 비롯 정부대표단 84명을 포함한 140명이 참가했다. 정부는 지난 3일 정부대표단 활동계획과 관련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대응의 시급성을 감안해 포스트 2012 기후변화 체제 논의에 전향적인 참여의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회에서 정부는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을 담은 제4차 기후변화 종합대책도 소개할 방침이다.
이규용 환경부 장관은 이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12일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도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담은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감축목표 수치가 아니라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30일 UN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대비 점검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논의와 우리나라 산업계의 현실을 동시에 고려해 창의적인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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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정의 |
| 제13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고 있다. |
정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우리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더라도 교토의정서 의무부담국과는 다른 ‘자발적’이고 ‘개별적’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의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지난해 12차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당사국총회에서도 밝힌 바 있어 진전된 사항이 없는 것이다. 당시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국제적 노력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2008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기후변화 종합계획에 감축 목표치를 넣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미국이 주도하는 또 다른 기후협의체인 아태지역 파트너십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태지역 파트너십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 등의 기술개발 중심 대응으로 교토의정서와 같은 구속력 있는 의무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같은 ‘눈치보기’ 작전으로 인해 한국은 국내외 환경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녹색연합, 대항지구화행동, 민주노동당, 전농 등으로 구성된 국내 정당·환경·사회단체 네트워크는 지난 7일 이번 당사국총회에 공동참가단(COP13 대응 공동참가단)을 파견해 한국정부의 태도 변화에 압력을 가하고 각국 정부 협상을 모니터링 하는 등의 활동 계획을 밝혔다. 현지의 주요 이슈에 대해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캠페인도 진행한다.
공동참가단은 “에너지소비량 세계 10위,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인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한국은 국제사회에 책임을 지고 포스트 2012 체제에서 반드시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국무조정실 기후변화대책기획단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을 담은 제4차 기후변화 종합대책을 발리회의 결과와 함께 공청회를 거쳐 이달 말 확정할 계획이다.
이향미 기자
이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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