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한 영국 보수당

2017 영국 총선결과…다수당 없는 헝(Hung)의회 상태, 브렉시트 협상 난항 예상 우수미l승인2017.06.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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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를 둘러싸고 분열된 국론을 모으고, EU와의 협상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업고 반대세력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테레사 메이 (Theresa May) 총리의 요청으로 3년 앞서 실시된 이번 영국 조기총선에서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42.4% (318석)의 득표율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번 선거로 보수당의 과반의석이 붕괴되면서 조기 총선 승부수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게 되었다. 먼저 메이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이며, 둘째 다수당이 없는 헝(Hung)의회 상태에서 메이 총리에게 연정을 통해 정부내각 구성을 주도할 권리가 있지만, 노동당 역시 다수파 형성을 시도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총리직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정치적 교착상태로 인해 오는 19일부터 시작 될 브렉시트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 브렉시트 노선으로 영국독립당(UKIP)의 지지층을 흡수하고, 경제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지난 5월 7일 지방선거에서 11%의 득표차로 노동당을 여유있게 따돌렸던 보수당은, 이번 조기 총선도 무난하게 압승을 할 것 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선거 기간 중에 터진 악재로 힘든 승부를 해야 했다. 보수당이 선전하지 못한 데에는 첫째, 노인복지 축소 공약으로 주 지지층인 노년층 표가 이탈하였고, 둘째, 잇따른 테러 발생이 지난 카메론 보수당 정부 시절 대규모 경찰 인력 감축과 연결되면서 보수당 정부의 대테러 해결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셋째, EU탈퇴 국민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후회했던 젊은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은 하원은 5년 임기의 650명의 의원을 선출하고 있는데, 유권자수에 비례하여 잉글랜드 533명, 스코틀랜드 59명, 웨일즈 40명, 북아일랜드 18명으로 분산되어 있다. 영국은 다당제의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소선거구에서 단순다수대표제 (First-past-the-post, FPTP)로 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소수 정당들이 의석을 얻기가 어렵다. 전체 득표율이 아닌 선거구에서 당선된 숫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2010년 총선처럼 노동당(29%)과 자민당(23%)의 득표율 차이가 6%에 불과했지만, 의석수 차이가 201석에 달하는 경우도 생기고, 2015년 총선처럼 영국독립당(UKIP)이 12.6%의 득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석 1개 밖에 얻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번 선거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hung,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매달려 있어 운영이 불안정한)의회 상태가 되었다는 점이다. 영국의 정치체제의 특징 중의 하나는 보수당과 노동당을 주축으로 한 양당제가 정착되어, 양당 중 한 당이 늘 과반 의석을 획득해 여대야소로 단독으로 정권을 잡으면서 안정적인 집권을 해왔다는 점이다. 지난 1세기 동안 영국에서 헝의회가 탄생한 것은 이번 조기 총선을 포함해 네 차례 (1929년, 1974년, 2010년, 2017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의 헝의회 상태는 거대 양당의 지지율 하락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현상이라기 보다는 전통적 양당제 구조가 해체되는 시작점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양당 지지율의 합계 변화를 살펴보면, 80-90%를 유지해 왔던 지지율이 1970년대 들어 70%대로 떨어지더니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60%대로 감소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브렉시트와 테러에 대한 공포로 인해 다른 정책 이슈들이 묻히면서 소수 정당들의 약진이 두드러지지 못했지만, 영국에서 작지만 소수 정당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추이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전통적인 과반수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스코틀랜드다. 이번 총선에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지난 2015년보다 13.1%가 하락한 36.9%의 득표율로 59석 중 35석을 얻음으로써 보유하고 있던 56석 중 21석이나 잃는 대패를 당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초대 수반이며 SNP의 전 당수였던 알렉스 샐몬드 (Alex Salmond)마저 보수당의 콜린 클락 (Colin Clark)에게 패함으로써 충격은 더 컸다. 한편 이 지역에서 보수당은 2015년에 득표한 14.9%의 두배에 가까운 28.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SNP의 패배는 제2 국민투표 추진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지난 2014년 9월 18일 치러진 분리 독립 국민투표는 찬성 45%대 반대 55%로 부결된 바 있다. 그 후 지난해 6월 23일 영국의 EU 탈퇴 국민 투표 당시 EU 잔류를 압도적으로 지지하자, 이로 인해 분리 독립 투표를 다시 밀어붙일 명분을 얻은 니콜라 스터전 (Nicola Sturgeon)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올해 3월 13일 중앙정부의 강경 브렉시트 노선을 반대하며 2019년 봄 분리독립 투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북해 유전 산업의 악화와, EU의 영향력 감소를 원하는 스코틀랜드 여론 증가,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이 자국의 분리독립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는 EU 회원국들의 부정적 태도 등으로 인해 스터전 수반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로 SNP가 향후 어떤 결정을 하게 될 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늘 강세를 유지해오던 웨일즈의 107석을 내어주며 충격에 빠졌던 노동당은 다시 웨일즈에서 지지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고, 북아일랜드 지역에서는 사민노동당과 얼스터연합당의 지지층이 각각 신페인당과 민주통일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수미  woosum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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