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27일 공공투자에 따른 수익률을 담보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채권매입형 공공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국민들의 노후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자는 뜻은 지금까지 노동계의 주장이기도 했기에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여러 문제가 있다.

첫째, 2017년 현재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율이 35%에 달하고, 채권투자가 50%에 이르는 현실에서 유독 채권매입형 공공투자만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떠한 설득력도 없다. 게다가 김승희 의원은 채권매입형 공공투자가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를 개정이유로 제시했는데 2016년도 국내채권수익률 평균이 겨우 1.83%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수익률을 이유로 공공투자를 반대하는 것은 그 근거가 빈약하다.

둘째, 김승희 의원은 채권매입형 공공투자가 수십 년 전 북유럽에서 진행했던 희귀사례라고 했는데, 이 방식은 보편적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북유럽 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에서도 전례가 있다. 일본의 경우 그린피아 리조트 사업으로 일부 손해를 보긴 했지만 원금과 이자 지급금은 2,392억엔 정도로 전체 연금기금을 통해 복지사업(주로 주택대출)에 투자한 36.6조엔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정도였고, 오히려 공공부문 투자로 국공립병원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등 긍정적 기능을 했다. 또한 북유럽 사례가 희귀사례라 하더라도 성공한 사례라면 충분히 도입을 검토할 수 있는 문제이다.

셋째, 지난 10여년 간 저출산·고령화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억지이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공공투자확대는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공공서비스일자리와 보육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마지막으로 가뜩이나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는 국민연금기금을 당장 수용할 곳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발상 자체가 반시장경제적이다.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중기적 관점에서 자산배분을 적절히 하고 단기적으로는 시장상황에 맞게끔 전술적인 운용을 적절히 섞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중기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적 자산배분이 수익률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 높은 자산군 혹은 투자처를 새로 발굴해나가는 작업이다.

김승희 의원에게 바란다. 국민연금기금의 채권방식 공공투자정책은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동안 논의를 통해 발굴한 의제이다. 비판할 부분이 있다면 제대로 된 객관적 근거와 사례를 들어 비판하기 바란다. 이번 입법발의는 입법기관으로서의 명분을 망각하고 언론호도를 위해 입법발의를 추진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이제라도 당장 입법발의를 철회하라. (2017년 6월 2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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