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의 감동과 교훈

서해 앞바다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난지 일주일만인 지난 14일 태안으로 갔다.

2박3일 동안 돌아 본 태안은 검은 눈물을 흘린 바다도, 갯벌도, 해마다 찾아드는 철새도, 모두가 재앙을 맞았다. 태안 앞바다에 기름을 뿌린 것도 인간이고 이들의 눈물을 닦아내는 것도 인간이다. 현재로선 사람의 손으로 기름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인 대안임을 볼 때 방제인력을 최대한 늘리고 조직적으로 오염을 닦아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 1997년 1월 일본 후쿠이 현에서 나홋카 호 중유 유출사고 때, 30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방제작업을 3개월 만에 종료하고 생태계 복원을 5년 이상 앞당긴 사례가 있음을 볼 때 우리 또한 이에 못지않은 기록을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겨울바닷가의 기름제거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리가 아프고 구역질이 나온다. 벤젠, 톨루엔 등 각종 발암물질의 위험을 감수하고 태안의 검은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 이렇게 많이 모인 사람들에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운동연합을 통해 모인 3천여명의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박수를 보낸다.

서해 기름유출 사고의 개요를 살펴보면, 2007년 12월7일 아침7시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 해상 8km에서 국내기름유출사고 중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가 유출되는 선박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무리한 운행을 한 예인선과 관제실의 경고에도 서둘러 이동하지 않은 유조선, 교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관계자들의 안일한 판단 등이 겹친 인재로 확인 되고 있다. 더구나 해양수산부는 정부의 기름방제 능력이 1만6천톤이라고 공언해 왔으나 막상 사고 후에는 그 속수무책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애당초 확산경로와 시간도 정부의 발표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었고 유출된 구멍에 대한 응급조치와 차단막 설치도 훨씬 지체되어 불과 사흘 만에 유출된 기름의 80%가 해안에 들어오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사고로 1만500톤의 원유가 바다에 유출 되었다. 유출된 기름의 환경적 영향, 즉 기름이 유출되면 바다 생태계의 기본을 이루는 플랑크톤에서부터 조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체가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해저에 살고 있는 저서생물(조개, 게, 갯지렁이 등)과 어류 등은 아가미에 기름찌꺼기가 쌓여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어 떼죽음을 당한다. 또한 기름띠는 여러 가지 독성화합물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사람들의 건강에도 위험할 뿐 아니라 생물체에 농축되어 오래 동안 영향을 미친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 온 현지 어민들의 사정은 어떠한가. 황폐해진 바다의 자원을 더 이상 구할 수도, 팔수도 없게 된 어민들의 생계 또한 막막해 졌다.

어민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를 살펴보자. 1995년 전남 여수 앞바다 씨프린스호 사고 때 어민, 숙박업자 등 지역주민은 그 피해액으로 735억5천400만원을 청구하여 203억7천400만원으로 보상받아 보상율이 28%에 그쳤다. 이는 다른 주요 기름유출사고 때 10~30%대에 불과하다.

기름유출에 대한 방제비와 피해보상액은 일차적으로 유조선 선주, 보험사가 책임을 진다. 1천300억원 보험가입도 되어 있고 초과될 경우 국제유류오염기금이 나서 최대 3천억까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씨프린스호 사태에서 보듯이 이들의 주머니를 충분히 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해당 보험사, 국제펀드, 손해사정 전문가들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세 어민들의 무자료 거래, 민박, 횟집 등은 소득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이를 입증하기에 매우 어려움이 예상된다.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그 피해면적은 9천여ha에 이르며 유출원유의 30%에 상당하는 양이 회수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대기 중에 휘발된 양이 20%라 감안하더라도 도처에 깔려 있을 나머지 절반에 대한 2차 오염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운동연합은 유조선 기름유출사고 발생 9일째인 지난 15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2시간여 동안 안면도 서쪽 해안가 일대의 오염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크고 작은 오일볼(물렁한 상태)과 타르볼(딱딱한 상태)들이 수없이 밀려와 있었다. 작은 것은 콩알만한 것에서부터 큰 것은 야구공만한 크기로 다양했다. 바닷물 속에서는 둥근 형태로 있다가 썰물 때 해안가로 옮겨지면서 납작하게 퍼져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타르볼의 경우에는 찌그러졌어도 돌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사고발생 후 처음부터 씨프린스 사고의 경험을 지적하면서 유화제 사용을 우려했고 12일에도 유화제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국은 오히려 사용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방제당국은 기름오염을 확산시키고 오일볼과 같은 추가오염을 발생시키면서 해양생태계에 중장기적 악영향을 주는 유화제를 마구 뿌려대는 남용을 중단해야 한다.

태안에서 멀리 떨어진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원봉사의 물결이 끊이지 않았던 14, 15일, 우리 포항에서도 기업과 기관, 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작업에 크게 일손을 보태고 돌아왔다. 전 국민적 참여 속에서 서해안이 하루빨리 복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차, 3차, 그 이상의 시민방제활동이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