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떼돈을 버는 강원랜드의 반대편엔 쪽박을 찬 사람들의 피눈물과 절망이 있다. 하루 평균 5천여 명에 달하는 카지노입장객들 중 20% 이상이 월 10일 이상 출입하는 상시 출입자라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도박중독자’인 것도 문제이다.
그동안 강원랜드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랐거나 가정이 파탄난 사람, 또 자살자들도 부지기수다. 카지노 인근 지역인 고한읍 사북읍엔 모텔과 각종 유흥업소가 늘어나 외형은 화려해보이지만 속은 곪아가고 있음도 걱정스럽다.
폐광지역주민들에겐 월 하루만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다보니 주민등록을 외지로 옮겨두고서 카지노장을 드나드는 사람도 상당한 실정이다. ‘아무개가 카지노에 돈을 엄청 빨렸다더라’ 는 식의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시내거리에 가장 흔한 게 전당포 간판이고 아침에 출근하려 승용차 문을 열면 차창엔 으레 벌거벗은 여자사진이 끼워져 있기 일쑤이다. 보고 듣는 게 이러한데다 한탕주의 문화 속에서 자라는 자녀들의 교육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1조원 매출시대의 강원랜드 성공신화(?)에 가려져 무관심 무대책인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러한 내국인카지노사업을 폐광지역에 허용했던 것일까? 고한읍 사북읍 주민이 중심이 된 지역주민들은 1995년 2월 대정부 투쟁을 시작하였다. 계속된 폐광으로 인한 지역공동화와 경기침체를 견디다 못해 ‘제2의 사북사태 불사한다!’며 사생결단 투쟁을 벌였다. 탄광을 대체할 관광사업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는 투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으로 내국인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사업이 허용되었는데 그렇게 탄생한 게 강원랜드였다. 당시 강원도의원 신분이었던 나와 지역대표자들의 카지노 유치명분과 주장은 이러했다. “카지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도 우려되지만 상당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다.” “막대한 수익금을 교육환경개선사업, 주민복지, 문화사업 등에 대폭지원하면 폐광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거다.”지역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라 주민들도 그러한 소박한 꿈을 가지고 카지노유치에 적극 동참하였다. 하지만 우리들이 가졌던 소망은 참으로 어리석고도 순진한 것이었다. 탐욕스러운 자본의 생리에 너무도 무지했던 것이다.
공룡처럼 덩치가 커진 강원랜드는 언제부턴가 지역과 동반자의 모습보다 지배자의 모습으로 군림하고 있다. 강원랜드 공화국의 영역은 초식동물처럼 순진한 주민들이 꿈꾸었던 평화로운 세상과는 거리가 먼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하였다. 강원랜드 경영진이 ‘폐광지역과 상생’은 시늉만 하고 ‘이윤극대화경영’에 매달린 때문이다.
강원랜드가 어떤 회사인가. 정부와 강원도와 정선 태백 등 지자체가 51%의 지분을 가진 공익적 기업이다. 이러한 회사가 지역을 무시하고 ‘사회공헌사업’마저 소홀하다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강원랜드는 2007년에 사회공헌사업비를 전년도에 비해 30억원 규모나 줄여버렸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연간 수천억원을 버는 회사가 경영혁신을 내세워 가난한 폐광지역주민을 위한 교육, 복지사업비를 대폭 삭감한 것이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다. 강원랜드처럼 사행산업을 하는 회사가 명분을 잃게 되면 설 자리가 없다. 수년전부터 대기업들은 앞을 다투어 사회공헌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도 인근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과 윈-윈 하는 것이 지방화시대에 기업경쟁력을 키우는 길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역의 공익적 기업들이 지역민을 위한 교육환경개선, 복지, 문화예술 활동을 적극지원 함은 ‘시대정신’이다. 그럼에도 강원랜드는 이러한 시대정신을 외면하고서 용감하게 ‘역주행’하고 있다. 폐광지역 살리기란 설립 목적은 사회적 약속이다. 강원랜드는 지금 그러한 근본을 잊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강원랜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론화가 있어야한다.
성희직 전 강원도의원
성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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