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지방, 전오염식 소금생산의 중심...영남내륙에 공급
서해안 천일염 생산방식과는 뚜렷히 구별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각국이 “문화“라는 의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갖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제 세계화를 애기할 때 문화는 모든 담론의 중심에 서 있으며 국가경쟁력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남효선

동해연안에 자리한 울진지방은 바다와 관련된 민속이 왕성하게 전승되고 있는 해양민속의 보고이다. 자연산 미역채취와 자연소금 생산 관행은 타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생산문화이다.사진은 어민들이 자연산 미역생산을 늘리기 위해 '짬(미역바위)'를 닦는 모습

전문가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주저치 않는다. 21세기 국가간, 혹은 지자체 간 문화산업에 대한 고민없이는 경쟁력의 우위를 점할 수 없을만큼 문화산업은 고부가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화산업이 이른바 국가경쟁력의 우위를 다툼하는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고 있는 한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날로 확장될 것이다.

국가차원의 문화산업의 지향점이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에 있듯 지방분권시대의 자치경쟁력은 “지역문화의 차별성“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문화의 세기인 21세기의 화두는 지역문화와 문화산업으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자치경쟁력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의 차별성과 문화자치의 성숙을 위한 문화인프라 구축이 선결과제이다.

"문화산업의 핵이 문화상품이 아니라 문화생산"이라는 지적에서처럼 지역민 모두가 지역문화생산의 주체로 자리잡아야 한다.

현재 울진에서 열리고 있는 대부분의 축제는 축제의 생산자이자 실천자인 주민은 한낱 관 주도 행사에 동원되는 소도구로 전락해 있는 실정이다.

이런까닭에 축제의 성공여부는 동원인원의 많고 적음에 판가름나며 또 축제의 변별성에는 관심없이 행사장에 내놓은 물건과 음식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가에 축제의 성공여부가 결정되고 만다. 축제판에는 으레 대중연예인이 고명처럼 빠짐없이 등장하고 읍·면별로 할당된 인원동원을 위해 과도한 비용이 소요된다.

결국 상업적이고 가시적 외형에 매몰된 발상으로 마련된 축제는 지역구성원의 문화 확대재생산을 위한 장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지방정부의 재정을 소모적으로 낭비해버리는 결과를 빚을 뿐이다.

로저 아브람스와 빅터터너와 같은 문화학자들은 일찍이 "축제는 민중들의 놀이공간이며 탈일상의 공간이며 축제를 통해서 노동의 현실에 벗어나 재생산을 위한 해방의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난장의 판"이라고 정의했다.

지역의 축제가 생산적 축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차별성을 담아 낸 신명판이어야 한다. 특히 신명판은 전통과 차별성의 주체인 지역민의 손으로 펼쳐질 때 비로소 가능해 진다.

남효선

울진대게축제 기간동안 시연되는 '배싸움놀이' 이 배싸움놀이는 울진지방의 북쪽 관문인 죽변항을 중심으로 70여년 전까지 왕성하게 행해졌다.

문화학자들은 전통축제의 본질을 지역성, 독창성, 민중성, 생산성, 전문성 등을 든다.

지역축제가 차별화를 통한 성공한 축제가 되기위해서는 축제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지역성과 독창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축제판을 삶의 확대재생산을 위한 신명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축제의 생산자인 민중이 축제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또 성공한 축제판을 짜기위해서는 전문가집단의 철저한 고증과 검증을 필요로 한다.

울진의 문화적 전통은 우리고장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생태적 조건과 무관하지 않다.

국보인 봉평신라비의 '염제설(鹽祭說)' 주목

울진의 자연생태계는 산과 바다이다. 특히 우리는 바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효선

1988년 동해연안에 자리한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에서 발견된 '봉평신라비'는 역사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 중 신라고비에 기록된 '염제비설'은 울진지방의 해양문화의 단촐르 보여주는 것으로 문화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국보 242호인 울진봉평신라비 전경

지난 1988년 죽변면 봉평리에서 한 농부에 의해 “봉평신라비“가 발견되었을 때 관련학계는 한국 고대사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초마련으로 흥분에 휩싸였다. 동해안의 자그마한 고장 울진이 우리나라의 중심으로 떠 오른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봉평신라비의 성격 구명과 울진지방의 역사적 위상을 규명키 위해 학문적 열성을 쏟아냈으며 울진군에서도 이와관련한 학술대회 개최를 비롯 현재 유교문화권 개발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 중 문화학자들의 관심을 끈 대목이 김창호 교수가 제기한 “염제비설(鹽祭碑說)“이다. 여기서 우리는 울진이 고대사회에서 주요한 재화로 인식되어 온 “바다소금“의 생산현장임을 추적할 수 있다.

이와관련 김호종교수는 “과거 울진지역에는 전오염식(煎熬鹽式) 염전이 60여 개 이상이 존재했다"고 밝히고 "이는 강릉이나 명주, 삼척 등지보다 훨씬 많은 개소"라고 밝혀 울진지역이 동해안 염전기술의 메카임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도 울진읍 염전과 북면 염전둑과 같은 지명에서 그 잔존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촌로들은 50년대 말까지도 백사장에 염전을 만든 뒤 바닷물을 날라 가마솥에 끓여 소금을 생산했다고 증언한다.

이렇게 생산된 소금은 죽변항에서 건져올린 간고등어와 함께 “바지게“에 얹혀 봉화, 영주, 안동 등 경북 내륙지방으로 유통되었다. 이른바 “십이령바지게길“이 울진의 해산물이 내륙으로 건너가던 유통로이다. 이른바 십이령바지게길은 “울진 산 간고등어와 울진 산 소금의 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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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월송지방에서 전승되는 '월송게줄댕기기'는 '대게'의 다산성을 모티프로 정착된 집단놀이이다.

봉평신라비에 기록된 염제설과 동해연안의 천일염 생산관행을 테마로 한 문화콘텐츠화 또는 축제의 모색은 울진지방만이 갖는 문화적 요소가 될 것이다.

바다와 관련된 울진의 해양문화의 축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죽변항을 중심으로 울진서 제작된 “조선 범선“을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경주 놀이“가 1930년대까지 왕성하게 행해져 왔다.

남효선

특히 죽변항과 후포항을 중심으로 세계적 특산물로 자리잡은 “울진대게“와 “물가자미회“와 “고포미역“은 주요한 생태관광상품이다.

이제 울진의 문화산업의 시각은 울진만이 가진 독특하고 지역적인 문화적 층위를 지니고 있는 해촌문화에 모아져야 한다.

울진의 문화관광산업의 코드는 바다이다.

울진군은 때문에 제4대 민선시대를 맞아 울진을 해양문화의 메카로 건설키 위해 갖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해양과학연구단지 조성과 해양박물관 설치가 그것이고 왕돌초를 중심으로 한 바다목장화 사업 전개가 그것이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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