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신문>은 지난호에 이어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원장 손석춘)의 분야별 2008년 진단을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교토의정서 시동의 해
지구온난화와 식량문제 집중될 것

[환경분야]

2008년은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문제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한 해가 될 것이다. 올해는 10년 전에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발효될 해일뿐만 아니라 의정서 이후의 국제 틀 마련을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해이기 때문이다.

교토의정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5년 사이에 온실효과가스 배출을 1990년 기준으로 평균 5퍼센트 삭감할?것을 선진국에게 요구하는 국제협약이다. 이에 따르면 EU는 8퍼센트, 일본은 6퍼센트, 미국은 7퍼센트의 삭감의무를 갖게 되지만, 미국은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고 기타 중국이나 인도 등 개발도상국은 삭감 의무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발리 로드맵이 미칠 영향

발리 COP13 회의의 클라이맥스에서는 교토의정서 제1약속기간이 끝난 후인 2013년부터 새로운 국제협약이 수립될 때까지의 공정표인 ‘발리 로드맵’이 채택되었다. 이 로드맵은 미국이나 중국, 인도 등을 끌어들인 격심한 논쟁 끝에 채택되었다.

발리 COP13이 채택한 발리 로드맵이 상징하고 있듯, 지구온난화문제에 대한 온실효과가스 배출 대국들의 자세는 확실히 변하고 있다. 현재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책은 하나의 쟁점이 되고 있으며, 보다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미국 민주당 후보자는 공화당 후보자보다도 구체적 온실효과가스 삭감 목표수치를 제기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우선시하고 온실효과가스 삭감에 소극적이었던 중국도 이제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국들의 자세변화는 앞으로 세계의 지구온난화대책과 에너지 대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교토의정서에서 온실효과가스 삭감 의무가 없는 중국이지만, 앞으로 5년 사이에 GDP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20퍼센트 줄일 것을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선언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서는 앞으로 세계의 중심 국가로서 혹은 올해 올림픽을 개최하고 각국 미디어로부터 주목을 받을 나라로서 세계적 이슈인 지구온난화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후쿠다 신 정권의 신성장전략을 통해?환경이나 에너지 절약, 지적재산권 보호 분야에서 지역협력을 추진하고 아시아전체의 성장을 도모할 ‘아시아경제 환경공동체’ 실현을 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 자리에서는 중국에 기금을 제공해 공해방지를 위한 시설정비나 기술자 파견에 활용하도록 할?것을 제안했다. 올해 7월에 예정된 G8정상회담은 역시 발리 로드맵 수행을 포함한 지구온난화 대책이 중심 의제가 될 것이고, 그 의장국을 맡은 일본으로서는 세계 혹은 아시아의 지구온난화대책의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것은 에너지 절약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일본기업의 이익과도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가 쌀농사 미칠 영향

농업 중에도 아시아는 세계적인 쌀농사의 중심지역이다. 쌀은 지구상 절반 가까운 인구의 주식이고 그 중 약 90퍼센트를 아시아에서 생산하고 동시에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쌀은 100개 이상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세계 논의 80퍼센트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 버마, 필리핀의 8개 아시아국가에 집중돼있다.

앞으로 전 세계인구증가에 따라 2030년까지의 쌀 수요는 50퍼센트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쌀 수확량이 줄어들어 쌀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앞으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3~4년 사이에 5천500~7천만 헥타르의 땅이 필요하다. 그런데 반복적인 재배나 화학비료의 대량 사용 때문에 아시아 땅의 11퍼센트는 이미 농업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이다.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급속히 늘고 있는 바이오연료 생산도 식량생산을 위한 땅을 더욱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약 40년 전, 세계에서는 고수확품종 도입이나 과학비료의 대량투입 등에 의해 곡물 생산이 증가하고 농산물의 대량생산시대를 연 ‘녹색혁명’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쌀 수확량은 거의 2배나 3배로 늘어나고 쌀 시장 가격도 80퍼센트 삭감되어 아시아의 굶주림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1970년대에는 1톤 당 쌀값이 550달러였으나 2001년에는 200달러로 대폭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 연간 쌀 수확량은 2퍼센트 증가에 멈추고 있을 뿐이고, 더 이상의 비약적?수확량 확대는 어려운 형편이다. 더구나 최근 아시아의 물 부족과 더불어 화학비료 값의 대폭 상승은 녹색혁명으로 인한 투입 비용 감소와 생산 증대를 옛날이야기로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녹색혁명에 의한 환경파괴는 일시적으로 농산물의 생산성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화학비료, 농약의 투입 때문에 토양으로부터 영양분이 대량 상실되고?지하수 과다사용은 표토염해를 일으켜 아시아의 농지를 더 이상 농업을 할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 버렸다.

쌀의 수요가 공급을 상회해 생산을 꾸준히 늘려야하는 상황에서 쌀 생산 자체가 지구온난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역효과도 이미 지적되고 있다. 쌀농사는 이산화탄소의 20배 이상의 온실효과를 가진 메탄을 배출하고, 쌀농사로 인한 메탄의 90퍼센트가 아시아에서 배출되고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문제와 식량문제는 이제 일관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쯔지모토 도시코 새사연 연구원 toshikot8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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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의 탄생, 대학은?
자율화 이면의 무한경쟁 굴레

[대학분야]

2008년은 68혁명이 일어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프랑스 대학생들의 점거농성으로 시작된 혁명은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어 희망과 분노, 자유에 대한 갈망을 분출시켰다. 특히 베트남에서 피의 살육전을 벌이고 있던 미국은 68혁명으로 촉발된 국제 반전운동에 큰 타격을 입었다.

68혁명은 단순한 반전운동이나 좌파운동이 아니라 전후세대가 기성세대에 대항하여 일으킨 일종의 문화적 혁명에 가까웠다. 혁명의 표적은 보수정권만이 아니라 현실사회주의 국가의 구태에도 향해 있었다. 물론 68혁명은 모든 권위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켜 ‘신자유주의’의 태동에 일정한 기여를 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40년 전 유럽의 대학생이 그랬듯이, 오늘 우리의 대학생도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기 위해 폭발적인 ‘문화적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다. 날로 심각해지는 대학서열화와 청년실업의 문제, 파괴되는 공동체 의식이 ‘이명박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이데올로기 경쟁 각축장 될 것

가장 급진적 정치이데올로기를 분출해왔던 대학생운동은 1990년대 중반을 경과하며 꾸준히 위축되어 왔다. 대체로 대학사회에서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2006년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반권성향 총학생회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주목할 점은 소위 운동권 학생회는 경향적 하락이 지속되다가 2008년 선거에서 소폭 상승했음에 비해, 이른바 반권으로 분류되는 학생회의 경우 2006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하락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학생회 선거판도에서 나타는 흐름은 운동권 학생회가 바닥을 친 것인지 일시적인 반등인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기존 운동세력에 대한 반대정서를 등에 업고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한 우익운동권도 학생들에게 분명한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학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지속되고 있다고 해서 탈정치적 흐름이 대학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 선거는 체제저항적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본격적인 이데올로기 경쟁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기존 학생회 패러다임과 정반대의 가치를 들고 나온 우익 학생운동은 이미 뚜렷한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 전반의 보수적 네트워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06년 말 모 대학 총학생회 후보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뉴라이트 전국조직은 전국 각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 재정지원과 선거전술 교육까지 제공하며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결국 이제 대학 내의 세력판도는 등록금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어떤 가치지향이 학생들에게 선택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이명박 당선자의 등록금 정책을 살펴보자. 등록금 인상에 대한 당선자의 입장을 잘 알려주는 공약은 바로 ‘대학자율화’다. 대학 자율화란 대학의 학생선발과 학사운영, 등록금 책정과 재정편성 등에 대해 외부에서 간섭하지 않고 재단과 학교당국의 의사를 보장한다는 의미다.

대학자율화의 명분은 ‘경쟁유도’에 있다. 경쟁을 위해서는 재정확충이 필수적이다. 대학이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등록금 인상이며 이는 우리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시행된 지난 10년 간 똑똑히 목격해온 바다. 휘황찬란한 대학건물을 짓는 데 엄청난 등록금이 투입되었지만, 학교 시설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오히려 줄고 있다.

또한 등록금 인상에 대한 압박은 ‘기여입학제 금지’의 벽을 허무는 데도 이용될 것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이미 뉴라이트 단체 등에서는 치솟는 등록금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기여입학제를 제시하고 있다.

실업대책, 전망은 어둡다

20대가 이명박 후보에게 40%에 가까운 지지를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청년실업 문제해결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청년실업이 나아진 것이 없으니 그와 반대편에서 경쟁하고 있는 후보에게 기대를 걸어 본 것이다. 문제는 치솟는 등록금을 감당하고 대졸 자격을 획득한 이들에게 맞는 ‘질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왕태영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원회에게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과 비정규악법의 폐기를 요구했다.

따라서 이명박 당선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만약 앞으로 5년간 매년 60만개씩 창출하겠다는 일자리가 경부운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일용직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통계수치상 실업률은 내려갈지 몰라도 현재 얻고 있는 대학생의 지지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등록금과 실업문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진보적 학생운동이 자연스레 성장할 것이라는 추측은 무모하다.

진보적 대학생운동이 현실의 문제를 대안적 가치지향을 바탕으로 제기하지 않는다면, 이명박 시대의 정책실패도 원래 그런 ‘일상’으로 남아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은 원래 그런 것, 사회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아 버리기 때문이다. 문제가 문제로 인식되게 만드는 것도 대학 내 이데올로기 경쟁의 핵심 쟁점이다.

거시적 전망을 내포한 대안의 부재, 이는 비단 대학생운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진보로 규정되는 모든 세력이 거시적 전망 부재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이런 현실은 진보세력의 주체적 과제만 해결한다면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대안체제 구성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손우정 새사연 연구원 roots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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