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농업인이 바라본 농업의 미래
‘다산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사람들은 고등학교 시절 조선의 실학자라고 배운 것이 전부니까. 조금 더 아는 사람은 목민심서, 경세유표 정도를 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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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솔 |
박석무 원장은 다산연구가다. 다산연구에 온 힘을 바쳤다. 희망제작소 농촌희망본부 기획강좌에서 그를 강연자로 선택한 이유는 지금 현 시대 우리가 다산을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비농업인에게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어색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다산은 토지제도를 개혁하여 농민들이 살맛나게 하는 데 온 힘을 쏟은 사람이었다. 다산의 고민을 함께 하고 연구하다보니 그는 더 이상 한국 농촌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어린 시절 그가 살았던 농촌의 기억이 더해져 사람들과 함께 농촌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놓게 됐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했습니다. 농업이야말로 이 세상을 이끄는 가장 중심이고 본질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송곳하나 꼽을 땅이 없는 농민이 부지기수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땅투기 목적으로 수만 마지기를 갖는 상황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농민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농민의 40% 정도가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 수입을 내도 대부분이 지대로 나간다. 그야말로 남 좋은 일만 하는 셈 이다.
이들을 위해 어떠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 그는 농민이 나아갈 길이 ‘삼농’(三農)이라 말한다. “농민들이 후농, 편농, 상농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농사를 지어서 이익이 남을 수 있도록 농사짓는 사람이 토지를 소유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농민의 지위를 상승시켜야 합니다.”
농촌의 위기는 농사만 지어서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와 농업을 무시하는 사회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돈을 벌수도 없을 뿐 아니라 존경을 받기는커녕 비웃음만 사는 일을 하려는 이가 누가 있겠냐는 현실적이고 자조적인 지적이다.
왜 우리의 농업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그는 이를 ‘신의’라는 한 단어로 일축했다. 추상적인 말이었지만 곱씹어보면 그것이 본질임을 강조했다.
“‘과거위주 이도의불강 신의괴의’(科擧爲主 而道義不講 信義壞矣),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취직시험공부나 고시공부만을 하면서 도의를 강론하지 않아 사회적 신뢰가 무너짐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조선시대에 한 말이지만 오늘날 더욱 필요한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는데 믿음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우리사회는 사람 말을 못 믿는 사회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서로를 못 믿고 헐뜯는 현실에서 농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정부와 농민 그리고 소비자 사이의 신뢰 구축이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한미 FTA 관련 정부와 농민 간의 대립, 유기농, 친환경 제품이 출시돼도 일단 의심부터 하는 소비자 모두 믿지 못할 사회의 피해자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다산의 안목은 21세기 대한민국은 관통한다. 다산의 삶을 쫓는 박 원장의 시선이 농민들의 눈물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김은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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