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증대위한 필요성 상존

정부 내 각종 위원회가 난립, 의사결정의 속도를 떨어뜨리고 책임행정을 저해한다는 것이 대통령직 인수위의 각종 위원회 축소 이유다. 하지만 효율성 우선 기조가 자칫 정부 독주를 야기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만일 책임행정 저해가 이유라면 대부분 위원회들이 관련법에 설립근거를 두고 있는 만큼 입법과정에서 한축을 담당했던 한나라당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출 충북대 교수는 “일반 시민들과 전문가 참여 확보와 공무원이 아닌 정책수요자와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한 차원에서 위원회가 만들어졌다”며 “또 거버넌스(민관협치) 차원에서 공공조직의 한계를 보완하기는 시도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

참여정부의 위원회 확대는 거버넌스 심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위원회는 부처 사이의 이견을 조정하고 기존의 관료의 독점적 의사결정 구조를 벗어나 학자, 전문가, 시민단체가 부처 관료와 토론하고 협력하는 거버넌스 모델에 기반한 것이다. 이러한 토론과 검증은 정책 신뢰도를 높일 뿐 아니라 정책형성의 민주성, 투명성, 전문성을 높이게 된다.

정상호 한양대 연구소수는 “위원회 등의 참여를 통한 거버넌스 구조는 참여정부의 공과를 떠나 정치민주주의 발전과정상 진전의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또 과소 대표된 사회계층의 입장을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 지역인사의 참여를 들 수 있다.

물론 시민사회도 참여정부의 위원회 정책 전부를 긍정적인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다. 지명도 있는 단체로 참여기회가 집중된다든지, 단순 자문기능 역할에 머물러 정책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동원되는 들러리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사회연구자들과 개혁성향의 행정학자들은 이런 문제들은 극복되고 보완돼야 할 부분이지 앞뒤 안 가리고 없애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한 한나라당이 위원회 확대 논란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지도 문제로 지적된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현재 416개 위원회는 201개로 축소된다. 하지만 많은 위원회들이 국회에서 의원입법을 통해 설치됐다. 참여정부에서 증가한 위원회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41개 위원회는 법률에 근거해 만들어진 것이다. 전체 위원회의 설치 근거는 헌법 4개, 법률 334개다. 단지 대통령 의중만으로 단기간에 위원회가 늘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결국 대부분 위원회가 국회의 개별 입법과정에서 동의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원내 1야당인 한나라당은 ‘위원회공화국’을 강하게 비판해왔지만 실제 입법과정에서는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위원회 확대를 동의한 것이다.

다수 위원회가 관련법에 근거를 두고 만들어진 만큼 폐지를 위해선 국회의 동의절차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차기 정부가 당장 모든 위원회를 없애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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