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몰입교육은 사교육만 조장할 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이경숙)가 차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입안하면서 연일 말을 바꾸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인수위의 ‘영어 몰입교육’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진씨는 28일 오전 있은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수위가 제시한 교육정책에 대해 “한마디로 미쳤다”고 혹평했다.

진씨는 또 인수위를 탈레반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날 인터뷰에서 진씨는 “우리나라 교육이 잘 안 되는 것은 지나친 경쟁논리 때문”이라며 “시장 논리를 학교 공교육에 무차별적으로 적용시키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방향은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진씨는 “벌써 강남의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도 했다.

남효선

대통령직인수위 교육사회문화분과가 최근 밝힌 영어 외의 교과를 영어로 수업하는'영어 몰입교육'실시계획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인수위는 28일, '영어 몰입교육 실시계획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진은 농어촌 지역 지자체에서 앞 다투어 실시하고 있는 '원어민 영어 교육' 모습.

진씨는 또 인수위의 영어 몰입교육 도입에 대해 “한마디로 미쳤다라고 할 수 밖에 없다”며 “인수위에 계신 분들의 생각이 과격하다. 시장주의 탈레반이라고나 할까”고 힐난했다. 진씨는 또 인수위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시장주의 원리주의, 일종의 빈 라덴 같은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수위의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 “다른 수업을 전부 영어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것만 봐도 (인수위) 지금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어 진씨는 인수위가 영어 몰입교육을 시행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데 대해 “(사교육 문제는) 간단한 산수 문제”라며 “공교육 현장에서 영어를 잘 가르치면 사교육을 안 할 것 아닌가”고 반문했다. 또 진씨는 인수위가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라도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실제로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은 그렇게 가르치면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 전공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경쟁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진씨의 주장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자 학부모들은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 학부모들은 진씨의 주장에 대해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김철호(43, 회사원)씨는 “인수위의 방침을 듣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인수위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 농어촌 지역의 초중등학교 영어교육 실상을 알기나 하는지 의문스럽다. 초등학교에 영어과목이 정규과목으로 도입돼 있으나 실제 제대로 된 수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사교육 의존도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인수위의 방침을 꼬집었다.

한편 인수위는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28일 일반 고등학교에서 영어 이외의 교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인수위는 “영어 몰입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실시할 계획이 없으며 인수위에서 그 같은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인수위측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가 밝혔던 ‘영어 몰입교육의 농어촌 지역 고교 시범사업 실시’입장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이는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학계, 학부모 등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위는 오는 30일,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인수위 공교육대책팀(TF) 주재로 교육 전문가 다수가 참여한 가운데 공청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