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 ‘백관지’에 보면 고려문종(1046~1083) 때에 정1품에서 종9품까지 18품계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동반(문반)이 532명이고 서반(무반)은 3천867명으로 모두 4천399명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업무보조를 맡던 서리(胥吏)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도 동반이 1천779명, 서반이 5천605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조선초기에는 4천700여명에 불과했다.
중국의 역사책 송사(宋史) ‘고려전’에 보면 고려인구가 200만명으로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4~5백만명으로 추산되고, 조선시대에도 후기에 들어서야 1천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이 100만명에 육박하고 그중 교사 31만명을 제외해도 58만명에 이르니 당시의 공무원의 숫자는 대단히 적음을 알 수 있다.
예비관료 ‘동정직’
관료는 원래 과거로 뽑는다. 하지만 과거가 많아지면 당연히 남는 관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고려시대 9품의 해당자가 3천여명에 이르러서 실제로 1천여명에 불과한 관직에 오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과거합격자는 계속 배출되었기 때문에 과거에 합격하고도 관직을 갖지 못한 사람이 많아졌다.
그래서 동정직(同正職)이라는 직위를 주어 관료 대접을 해 주었다. 예비관료들의 불만과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인 것이다. 동정직은 이름 그대로 현직과 같다는 뜻이다. 그래서 봉급역할을 한 전시과도 받고 진급도 하고 자리가 비면 현직으로 들어가기도 하였다.
고려의 동정직이 지금으로 보면 ‘인공위성 공무원’이다. 보직을 받지 못해 떠도는 공무원을 속칭 인공위성 공무원이라고 한다. 봉급도 그대로 받고 자리가 비면 언제든지 현직에 복귀 한다. 사람의 일이라 이런 공무원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어느 부서는 같은 직급의 현직보다 인공위성 공무원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주는 봉급도 문제려니와 더 심각한 것은 공무원들이 자리확보를 위해 사업을 벌리고 기구를 만든다는 것이다. 고질적인 인사적체를 해소하기도 하면서 동료공무원들을 우선 생각하는 훈훈한 온정(?)이야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자신들만을 위한 것이고, 그 돈은 납세자인 시민들 돈이다.
이것도 전통?
정부 구조조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DJ정권 당시 기계적으로 기능직만을 줄여 구조조정의 흉내를 내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공직 효율성의 상징인 계약직 등을 줄여 흉내를 내고 인공위성공무원을 양상하여 일단 피하고 본다면 1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게 된다. 이것도 전통일까.
정창수 역사기고가
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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