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미 있는 것들이 한꺼번에 공격 받고 훼손되고 있다. 인권, 교육, 환경, 평화 등 공적인 가치들이 성장의 장애물로 여겨지거나 시장 효율성의 제물로 놓여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인권위 대통령 직속기구화 추진은 매우 상징적인 문제로 보인다.
국가인권위가 공식적으로 표방했던 인권의 가치들,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 폐지, 이라크 파병 반대, 비정규직법의 문제,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한미FTA 반대, 집회의 자유 확대, 북한 인권의 탈정치화 등은 모두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기조와 근본적으로 부딪힐 것은 분명하다. 현재까지 인수위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직속기구화는 이 모든 영역에서 예상되는 가치의 충돌에 대한 기선 제압의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법률에 ‘대통령 소속으로’라는 단 몇 글자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국가인권위를 새로운 코드에 맞춰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대통령 직속기구화는 급소와 맥을 정확히 짚어 그 부분에 ‘작업’을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인권위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적 지위를 정확히 겨냥한 이상 그러한 시도에 맞서 독립성을 지키는 운동은 이러한 가치들의 대립을 분명히 하고, 그 대립으로부터 인권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일 수밖에 없다.
활동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국가인권위의 직속기구화 시도는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고 일방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4월 총선을 거치면 인권의 가치가 문제되는 대부분의 삶의 영역에서 후퇴의 시도가 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존엄에서 생존으로’의 역주행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희망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시인 황지우가 80년대를 두고 던졌던 질문 ‘막장이냐, 최전선이냐’는 여전히 울림을 지닌다. 이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도 낙관하지 못하는 나같이 창백한 사람들이야 머뭇거리겠지만 오늘 명동성당에 자리를 잡고 몸을 눕히는 활동가들은 계속 또 다른 전선을 만들어나갈 것인데, 그들의 어깨 위에 너무 무거운 고난의 짐들이 얹힐 것이 무섭고, 미안하다.
장정훈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장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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