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나서 ‘참회의 길’ 걷다

우리 안의 무분별한 성장주의를 참회하고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해 5대 종단 종교인들이 100일 동안의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단장 이필완 목사)은 지난 12일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에서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금강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순례는 지난 2003년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부안에서 서울까지의 진행한 삼보일배와 같이 종교를 뛰어넘어 사람들 속에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회복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다.

출정식이 열리는 애기봉전망대 아래로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물이 만나 한 줄기로 합쳐진 조강이 펼쳐져 있다. 전망대 건너편으로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한때 재두루미 수천마리가 서식했을 정도로 생태적 가치가 높았던 이곳에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은 여정에 앞서 기도를 드렸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단장 이필완)은 지난 12일 조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전망대에서 출정식을 갖고 100일 동안의 여정을 시작했다.

천주교 김규봉 신부(창조보전전국모임 사무처장)는 “창조물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며 당신을 사랑하는 것임을 잊고 경제라는 맘몬(우상)을 섬기며 인간만의 안락한 삶을 위해 당신의 창조물을 유린해왔습니다”라고 참회했다.

지관 스님(김포불교환경연대 대표)은 “날마다 부처님전에 차공양을 올리면서도 진정 강물이야 말로 감로수임을 잊고 살아온 저희 허물을, 천지는 나와 한 뿌리요 나와 한몸이라 읊조렸지만 진정 만물을 내몸처럼 돌보지않은 허물을 참회합니다.”라고 기도했다.

개신교를 대표해 최상석 성공회 신부는 “도보순례를 통해 이 땅의 모든 생명을 모시고 산과 들에 있는 모든 미물들을 우리의 벗으로, 이웃으로 받들며 함께 호흡하고 이러한 마음이 우리가 가는 모든 곳의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도록 해달라”고 축원했다.

이필완 목사, 수경스님, 최상석 신부 등 5대종단 종교인들이 출발전 애기봉전망대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영자 환경정의 공동대표가 연대사를 통해 “한반도 대운하라는 말이 나오면서부터 역사의 낭떠러지에 매달린 심정으로 앞으로 닥칠 재앙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이 악몽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으려면 믿음이 필요한데, 순례단이 그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하 시인은 숭례문이 불타 무너진 것을 들어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예’를 높이지 않고는 사회적 공공성이나 우주적 공공성을 바로 세울 수 없다. 사회적 공공성을 넘어 우주생태적 공공성을 확보해나가야 할 이때에 한반도 대운하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 우려했다.

순례단장인 이필완 목사가 출정기원문을 낭독하자 순례의 돛이 올랐다. “한반도 대운하가 실행된다면 죽음의 장례행렬이 누대에 걸쳐 끊임없이 흐르는 ‘한반도 대운구’가 될 것 같아 무섭다. 대운하 문제는 근시안적인 경제 논리만의 찬반거리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하는 절체절명의 화두이다. 우리는 하늘의 질서 아래 지구위의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참회의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