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외국인의 대한 기본법이라는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은 재한(!)외국인의 정의를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본 법률의 규정상 소위 ‘불법체류외국인’은 재한외국인에 대한 정책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의 대상일 뿐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비자가 없다는 것은 그 외국인이 한국에 존재(在韓)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 최소한 모든 형태의 공권력 행사기관이 체포 또는 구속의 방법으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안에 대하여는 누구든지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인신보호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하면 국가기관 뿐만 아니라 ‘개인, 민간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에 수용된 자도 법원에 구제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유일한 예외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구금된 이주민이다. ‘외국인의 몸은 사람의 몸(人身)이 아니다.’
셋, 처분 결정 전 결정단위에 구두로 의견을 개진, 처분의 근거가 되는 문서 등의 열람, 복사, 처분 시 이유의 제시 등 행정절차에 있어서의 절차적 권리의 보장을 규정한 ‘행정절차법’은 ‘출입국, 난민인정, 귀화’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강제퇴거명령에서 처분의 이유제시 부재, 불복방법 등의 불고지의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판례가 있다. ‘외국인에게는 행정참여가 도모될 수 없고, 행정의 공정성, 투명성 및 신뢰성이 확보될 수 없고, 그 권익이 보호될 수 없다.’
넷, ‘외국인보호규칙’과 그 ‘시행세칙’에 의하면 구금시설 내의 억울함의 호소인 ‘청문’에 대하여 ‘공동청원’, ‘막연한 희망사항’, ‘감정적인 의견’을 명문으로 청문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명문에는 없지만 이러한 규정은 행형법과는 달리 청문내용의 사전검열을 전제로 한다. ‘구금된 외국인이 구금과 관련된 억울함을 외부기관 등에 호소하기 위해서는희망이나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다섯, ‘출입국관리법’상 이주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산업연수생, 고용허가제하의 이주노동자, 방문취업 재외동포의 경우 최소 1년 최대 5년까지 가족과 함께해서는 아니 된다.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는 연수를 받고 있거나, 전문성이 없거나, 방문을 하는 것이므로 가족과 함께할 수 없다.’
여섯, 노동부, 법무부 지침, 일부 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어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고 시혜적인 부분 적용만이 가능하다. ‘외국인은 노동을 해도 노동자가 아니므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향유할 수 없다.’
일곱, ‘출입국관리법’상 모든 공무원은 출입국관리법의 어떤 조항이라도 위반한 외국인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출입국관리당국에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미등록 이주민의 권리 구제 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공립유치원 교사, 공중보건의 등 모든 공무원은 내국인의 범죄행위나 행정법규위반행위에 대해서와는 달리 유아, 중환자를 불문하고 출입국관리법규 위반행위를 한 모든 이주민을 색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여덞, 베트남과 필리핀은 법은 영리목적의 국제결혼 중개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들 국가 국민과 한국인과의 한국업체들의 결혼중개는 100% 범법행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외국 현지 법령의 준수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한 행위 그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에 관한 규정은 전무하다. ‘대다수의 국제결혼 외국인 여성은 한국인 혹은 한국기업의 범법행위를 방조함으로써 한국인과 결혼할 수 있다.’
아홉, 국제결혼을 위해서는 한국인 배우자의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신원보증이 필수적인데 법적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가운데에서도 한국인 배우자가 신원보증을 철회하면 외국인 배우자는 소위 불법체류자로 전락한다.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남성은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상태에서도 언제든지 특별한 요건 없이 외국인 아내를 한국 밖으로 폐기처분할 수 있다.’
열, 열하나, 열둘…. 국가주의, 민족주의에 기초한 통제와 배제라는 정부의 현행 이주민정책기조는 시정되어야 한다. 인종주의, 외국인혐오주의에 입각한 위와 같은 법제가 소위 법치국가인 한국의 상식의 기준으로서의 법이라는 점이 슬프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법관의 양심도 이러한 기준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이 분노스럽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점차 식상한 지적으로 들리고 있다는 점이 정말 두렵다.
황필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황필규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인호 의원 “이성권, 당당하면 수사 받으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