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따라21- ‘소 배내기’를 아시나요

전통사회 두레관행 되살리기 남효선l승인2008.02.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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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 7천5백만원 들여 30가구에 암송아지 지원

두레나 품앗이 등 협업노동관행 체계는 한국 전통사회를 버팀 해 온 중요한 사회적 기제였습니다. 특히 이들 두레나 품앗이 관행은 오로지 사람과 가축(소)에 의한 노동력만으로 생업을 치러내는 농경사회를 유지하고 이를 지속하는 버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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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이 전통사회의 소중한 미덕인 '소배내기' 사업을 적극 추진, 울진을 유기농 로하스의 땅으로 가꿉니다.

이 중 두레는 품앗이와 달리 논농사를 중심으로 정착한 협업노동관행입니다. 때문에 두레의 역사는 논두렁에서 이루어진 역사라 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두레는 이 땅의 농민들이 이루고 가꿔낸 ‘노동의 역사’이자 ‘벼농사의 역사’인 셈이지요. 또 ‘마을의 역사’이자 ‘공동체의 역사’입니다.

두레의 이같은 성격을 민속학자인 주강현은 ‘물질문화의 역사’로 부르며, ‘노동을 통해 식량을 만들어 내는 노동생산의 역사이며, 물질적 재화의 역사’로 의미 매김 했습니다.

오늘날 두레의 흔적은 많이 쇠잔해졌지만, 두레의 형식이자 내용인 ‘두레 풍물’로 그 소중한 실체를 더듬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두레가 논농사만 에두르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요즘도 농촌마을의 부업으로 행해지는 길쌈노동에서 두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두레삼’이 그것입니다. 호남지방에서는 ‘두레삼’, 영남지방에서는 ‘둘게삼’이라 부르지요. 주지하다시피 길쌈은 전통사회 여성노동의 중심이었습니다. 특히 길쌈은 여성에 의해식구의 입성과 생활비용을 벌어들이는 유일한 생업이었습니다.

이처럼 두레는 힘든 논농사를 적기에 수행하고 제 때에 수확하기 위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노동나누기 체계입니다.

20여 년 전 만 해도 농촌에는 ‘소배내기’관행이 왕성하게 행해졌습니다. 소배내기는 남의 집 암송아지를 데려다 키워서 송아지를 낳으면 소 주인과 키운 사람이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소를 확보하고 재산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였습니다. 일종의 재테크인 셈이지요. 소배내기에는 우리 전통사회의 모둠살이의 미덕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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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한 집에서 유일하게 재산을 늘리는 방안이기도 했지요. 울진지방에서는 소배내기를 ‘배내기소’ 또는 ‘싹소’, ‘배믹이’라고도 합니다. 주로 1960년대에 성행했습니다. 울진지방의 소배내기는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행해졌습니다.

먼저 암송아지를 빌려 키운 뒤 낳은 첫 송아지는 소 주인에게 주고, 두 번째 낳은 송아지는 키운 사람이 갖는 방식입니다. 이 때 첫 송아지는 ‘노배미기’라 부릅니다.

또 하나는 첫 송아지는 키운 사람이 갖고 두 번째 낳은 송아지는 주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세 번째는, 송아지를 낳든지, 그렇지 못하든지 2년 동안 먹여 준 대가로 소 주인이 기른 사람에게 송아지를 한 마리를 사 주고 어미 소를 다시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미 소가 낳은 송아지를 팔아서 소 주인과 먹인 사람이 반씩 나눠서 갖는 방식입니다. 어떤 방식이든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한 집에서 소 배내기는 살림살이를 늘일 수 있는 소중하고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한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가 눈길을 끕니다. 바로 울진군이 시행하고 있는 ‘소배내기 사업’입니다.

울진군은 사업비 7천500만을 들여 전통사회의 사회부조 관행인 소 배내기 사업을 펼치기로하고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우선 첫 해라 각 읍면에 3가구씩 30가구를 선정키로 했습니다.

오는3월 15일까지 선정을 마감하고 4월 1일, 송아지 한 마리씩 분양한다고 합니다. 많은 지원자가 몰려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선정 대상은 울진군 내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분들로 국한했습니다.

화학사료는 절대 사용치 못하며 쇠죽과 사료만 소의 먹이로 사용할 것을 국한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지원한 소는 회수한다는 방침입니다. 암송아지를 길러 송아지를 낳으면 5~6개월 간 길렀다가 이를 해당 읍면장에게 반납하면, 읍면에서는 이를 다시 지원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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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소는 영물로 인식되면서 농촌가계에서는 한 식구와 마찬가지로 소중하게 여겨왔습니다. 온갖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동력으로서, 또 자식 공부 종자돈으로 귀하게 여겨왔습니다.

울진군은 소배내기 사업을 통해 울진군이 지난 2003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 온 유기농의 정착과 로하스 울진 이미지를 생활 속에 실천하는 계기도 만들고, 또 노인들의 생활정서도 배가시키는, 일석이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배내기 사업의 정착을 위해 군은 월 4회씩 소배내기 사업 선정 농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질 좋은 한우 생산과 ‘유기농 로하스의 땅’ 울진을 가꾸기 위해 ‘쇠죽과 조사료’ 사육 여부를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전통사회 모둠살이의 근간인 상부상조와 환난상휼의 아름답고 소중한 미덕이 ‘소배내기’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는 셈입니다. 울진 검월마을에서 찍었습니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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