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여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여권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전자여권 도입이 지문수록 생체여권 현실화라고 우려해왔던 진보넷,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정보.인권단체들은 외교통상부가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가입 효과를 홍보하며 개인정보유출, 인권침해 등 우려는 무시한 채 법 개정을 추진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는 논란이 된 지문정보 수록을 2010년까지 유보하면서 전자여권 도입을 주내용으로 하는 여권법 전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외교통상부는 전자여권의 위변조 방지기능이 탁월해 국제범죄 및 테러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라며 지난 2006년부터 전자여권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 대해 진보넷은 성명을 내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표준에 따라 전자여권을 도입한 미국, 영국 등에서는 전자여권에 대한 해킹, 개인정보 유출이 횡횡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지적했다.

정보인권단체들은 특히 2010년으로 시행유예기간을 뒀지만 결국 개정안에 포함된 지문수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진보넷은 “외교통상부는 본인확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문이 필요정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ICAO 표준도 지문수록의 문제점을 나열하며 지문을 표준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전자여권을 도입한 국가들도 지문정보는 수록하고 있지 않은 점까지 생각하면 제도시행과 함께 해외여행에서 지문날인을 되풀이해야 하는 유일한 국민이 될 것”이라면서 인권침해를 우려했다.

한편 개정안에서 주민등록번호 수록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권단체들은 “주민등록번호가 한국 내에서 식별 가능해 해외용 신분증인 여권에 불필요한 정보로 한국여권에만 유일하게 기재된다”며 “여권분실이 한해 6만여건에 이르는 상황에서 개인정보의 해외유출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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