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의 성적표

내 인생의 첫 수업[35] 이승희l승인2008.03.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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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부탁 받고 ‘내 인생의 첫 수업’이라는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인생관에 큰 영향을 미쳤거나 혹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이나 경험을 소개해달라는 뜻이다.

그런데 좀 난감해졌다. 한 순간에 인생관이 달라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도 물론 많겠지만 나는 그렇지가 못하고 비교적 큰 변화 없이 단절을 겪지 않고 살아온 편이다.

삶은 배움의 연속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사건들을 굳이 가려내 보지만, 결국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이들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경험이다. 1980년 5월 자막만 나오는 방송이 하루 종일 계속되었는데 그 이유를 고등학교에 가서야 알게 되었을 때 눈물이 계속 나던 일, 몰래 운동권 가요를 배워서 부르고 언니 오빠가 가져온 유인물을 훔쳐 읽던 일, 처음 가투에 참가한 날 백골단을 보고 흠칫하던 기억, 1987년 여름 1백만 인파 한 가운데서 느꼈던 흥분, 여름방학동안 공장 활동을 하러 갔다가 2학기 등록을 할 지 말지 고민했던 일…. 조금 남다른 것이라면 소액주주운동을 하면서 난생 처음 주주총회라는 데를 갔던 날 정도일까.

내가 정말 많이 배우고 감동을 받는 사람들 중에서 특별히 한 사람만 의미 있게 기억하는 것도 죄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끄집어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읽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글재주도 없다.

나름의 의미가 있는 순간

결국 ‘내 인생의 첫 수업’ 이라고 할 만한 특정 사건이나 특정인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인생 자체가 뭔가를 배우고, 배운 것을 몸소 해보고, 또 다른 것을 배우고 하는 것이니, 인생은 수업의 연속이고 각각의 수업은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고.

나는 그동안 수많은 수업을 치러왔다. 인생 수업에도 비용이 든다. 그것이 돈이든 시간이든 정신적 고통이든, 비용이 따르지 않는 수업은 없다. 그렇다면 똑같이 배우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똑같은 비용을 들여 더 많이 배우는 것이 효율적인 학습일 것이다. 나는 인생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수업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다른 유사한 경험을 통해 적절한 행동양식을 유추해내는데 실패하는 경우이다. 사이가 안 좋은 부부는 비슷한 양상의 부부싸움을 반복하고,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은하나를 배우면 그 하나만 할 줄 안다는 것이다. 동료들과 마찰이 잦은 사람은 어떤 사람과 팀을 이루어도 팀워크가 좋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수업효과를 높이려면

학교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필기한 내용을 외우고 문제집을 풀면서 외운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처럼 인생의 모든 수업에서도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적절한 태도와 말투를 따라 배우고, 자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연습하고 훈련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효과를 떨어뜨리는 주범은 역시 게으름이고, 또 한 가지는 쓸데없는 자존심이다.

그동안 나의 인생은 얼마나 다듬어지고 나아졌는가.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사무국장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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