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익광고 중에 ‘에이즈는 일상생활에서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광고가 있다. 그 광고는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내 밖으로 추방되어 평생 동안 이산가족으로 살아가야 할 A 씨의 현실을 교차하게 만든다. 그는 외국국적동포 취업교육기간에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HIV 검사를 당하였다. 그는 갑작스레 결과를 통보받았고, HIV 양성반응에 대한 심리적 고통을 감수할 시간도 없이 결과를 통보받은 당일에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에 갇혀 있다가 2주내로 출국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에 대한 출국명령처분 과정에서 그의 부모가 한국인이며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 그는 가족과 함께 국내에서 거주하길 희망하며, 본국에는 그를 돌봐줄 가족이 없는 사실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HIV는 일상생활의 접촉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내국인 감염인을 격리하여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HIV 감염인 외국인이 입국하거나 체류한다는 사실만으로 공중의 감염 위험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에이즈(UNAIDS)기구 및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은 HIV 감염인이 입국한다는 사실만으로 공중의 감염 위험이 높아지지는 않으므로 HIV 감염 상태만을 가지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적이며 공중보건의 명목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거주와 이전의 자유는 인간의 행복추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자신의 선택에 의하여 다양한 자연과 사람과의 교류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점에서 인격형성에 필요한 불가결한 기본권이다. 이는 특히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자 하는 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규제는 해당국가의 주권사항이며, ‘편견’이라고 할지라도 사회적 인식수준에 의하여 각국의 출입국법이 결정이 되는 것이므로 A 씨에 대한 추방조치는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A 씨가 국내에 체류하면서 HIV 감염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는 생각은, 마치 모든 HIV 감염인이 고의로 HIV 전파행위를 할 수 있다는 편견과 같다.

이러한 HIV 감염인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편견만으로 국내에서 합법하게 체류하고 있던 A 씨를 평생 동안 자신의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장서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장서연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