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을 내정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최시중씨는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이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최 측근에서 정치자문을 해 온 인물이다. 소위 ‘6인회 멤버’로 맹활약했던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을 가장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을 가져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수장으로 앉히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언론 및 시민단체는 이를 사전에 예견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을 줄기차게 외쳐왔다. 하지만 이는 깡그리 무시됐다. 지난달 29일 방송과 통신, 인터넷 등 뉴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통합 운영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 것이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지난달 20일 정부조직개편안을 합의한 것을 두고 언론노조가 ‘정치적 야합’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는 분명 이명박 대통령이 악수를 두는 것이다.

여당은 그렇다치더라도 새롭게 야당이 된 통합민주당이 이에 가세하면서 진정 대한민국 정치는 덩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실망만이 남게 됐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린 방송통신위원회 설치가 가당치나 한단 말인가. 거기에는 소비자나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인들이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려는 신중함은 아무데도 없었다. 더욱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최측근인 최시중씨를 위원장에 내정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는데도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성찰하지 않는 오만함이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고소영’, ‘강부자’ 등의 입에 담기도 싫은 신조어를 잉태하면서도 인사를 ‘망사’로 이끌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내각이나 사정기관 수장들을 죄다 영남 출신들로 채우다 시피 하는걸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중수부장,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이른바 검찰 4개 요직도 영남인사로 채울 것이란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자기사람 심기와 지역편중, 그리고 도덕성 검증 없는 인사는 국가 정책이 한쪽으로의 쏠림현상을 부른다. 직언하기를 꺼려하고 사탕발린 감언이설만 난무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민의 올곧은 소리를 듣고 전파해야할 방송통신 역할은 아무리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막중한 책임자에 방송 통신에 문외한인 최시중씨를 앉히려 하고 있다. 방송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완전히 무시한 발상이다. 오죽하면 시민단체서 최시중 씨는 최근 낙마한 세 장관 후보자보다 더 부적격한 사람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언론시민단체 대표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언론,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민주화의 역사를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 이를 위해 노력한 수많은 독자, 시청자, 시민, 언론노동자의 피와 땀을 헛되이 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씨의 방통위원장 선임을 당장 철회하고 방송의 독립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정책을 수행하라. 그렇지 않으면 노조는 파업을 결의하고, 시민사회단체는 낙선운동을 비롯한 정권퇴진운동에 즉각 돌입할 것이다.”

시민사회신문

시민사회신문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