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실시한 ‘장애인 차별에 관한 장애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장애 때문에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3.5%가 그렇다고 응답하였고, 차별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에 66.1%가 일반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차별의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32.5%가 사회의 인식변화를 우선으로 꼽았으며 다음으로 24.1%가 법과 제도의 개선, 소득보장과 같은 경제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이시행을 앞두고 있음에도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는 너무 충격적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007년에 실시한 ‘장애인 인권에 관한 비장애인의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관하여 들어본 적이 없거나 들었어도 내용을 모른다는 응답이 96.9%에 이르고, 앞으로도 알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는 사람이 74.6%에 달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주된 적용대상이 되는 비장애인들이 이처럼 이 법에 대하여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는 알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법의 실효성을 심히 의심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법은 고용, 교육, 재화 및 용역의 제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장애인 차별행위를 명시하고 있으며, 악의적 차별로 인정될 때에는 형사처벌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만 7년여 동안 법 제정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의 피와 땀과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들은 살을 에는 추위와 비바람에도 국회 앞 천막농성을 마다하지 않았고, 뙤약볕 아래에서도 기어서 한강대교를 건넜으며, 법 제정을 위한 농성과 시위 등의 투쟁 과정에서 숱한 활동가들이 전과자가 되는 고난도 이겨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던 작년 3월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서로 어깨를 부둥켜안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 것도 이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 마침내 그 결실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장애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이나 사회적 인식에 있어 괄목한 만한 진전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의식은 ‘우리’가 아닌 ‘그들’의 문제로 머물러 있고, ‘우리’와 다른 ‘그들’에 대한 다른 처우는 아직도 당연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아무리 완벽한 법제도를 만들고, 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도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비장애인들의 뿌리깊은 편견과 차별의식이라는 높은 장벽이 허물어지지 않고서는 결코 장애인 차별은 해소될 수 없다.
장애인들이 주류 비장애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빵 한조각’과 ‘동정 어린 시선’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염형국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염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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