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국수와 물가 체감

#장면1
며칠 전 자주 가던 동네 대형마트 지하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냄비국수를 주문하고서는 깜짝 놀랐다. 1천원 하던 것이 1천500원으로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무려 50%나 오른 것이 아닌가? 라면 값 인상된다고 아들 녀석이 우리도 몇 박스 사놔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이야기한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다. 함께 간 아이가 왜 많이 올랐냐는 질문에 세계 곡물 가격과 원유가격 상승 등의 이유를 들어 설명했지만, 그날 국수 맛은 형편없었다.

#장면2
집에 도착한 녀석이 신문을 가지고 오더니 또 질문을 하였다. 물가가 1월에 3.9%, 2월 3.6% 올랐다고 했는데 국수 값은 50%나 올랐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래, 그것은 정부가 매월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물건 값을 조사해서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으나 중학교 2학년 아이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다.

#장면3
이명박 대통령은 장바구니 물가에 관심을 두고 재래시장과 할인마트를 찾는 등 분주하다는 보도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주문을 하고 있다. 특히 ‘물가안정을 위해 기존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장바구니 물가 안정방안을 마련하라고 경제부처와 비서관들에게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시의적절한 지시지만 최근 나온 일련의 대책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분화된 물가지수 조사를

소비자 물가지수는 현재 490개 정도의 품목을 매월 조사해서 발표한다. 앞서 예시한 냄비국수가 조사 품목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원맥가격의 상승에 따라 우리나라 대표적인 제조업체가 작년 9월 밀가루 출고가격을 13%~15%정도 올렸다. 원료가격이 상승했으니 최종제품의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하여도 반영 폭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해서 가격이 떨어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활필수품의 경우 가격탄력성이 비탄력적이라는 점과, 가격의 하방경직성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면 좀처럼 내려가기 어렵다. 위에서 나타나듯이 현장의 물가와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의 괴리가 너무도 크다. 이는 국가 통계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가져오고 이것이 확산되면 국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현재 물가지수 바구니에 포함된 품목의 조정은 필요 없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조사업체의 수도 대폭 늘려 잡아야 현실을 더 반영할 수 있으며, 각 업종별 바구니도 만들어 조사해야 한다.

나아가 연령대별 물가바구니도 만들 필요가 있다. 10대에서부터 고령자까지 사용하는 제품들이 차이가 있을 것이고, 또 상류층, 중산층, 서민층의 물가바구니도 만들어 조사하고 남자와 여성의 물가바구니도 만들어 발표할 필요가 있다.

조사대상에 있어서도 서울 경기를 비롯해 전국의 각 대도시별, 중소 도시별, 농어촌지역 조사를 하고 이런 결과를 발표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세분화된 물가지수를 만들어 발표할 때 물가관리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한편 사치품에 특소세를 매기듯이 서민들이 즐겨 찾는 제품에 한해서는 낮은 세금으로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인플레 기대심리 해소시켜야

현재 인플레이션의 배경은 해외요인에 의한 것이 더 크게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요인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필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해소시켜야 한다고 보는데 기대심리는 정부의 여러 가지 경기 회복정책에 기인한바 크다고 본다. 또 500조가 넘는다는 시중유동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원자재확보는 물론 관련 산업의 기초기술개발에 진력해야 한다.

세계경기가 불안한 가운데 한국만의 성장드라이브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진전될 우려가 크다. 그러므로 현재 추진 중인 다양한 사업에 대한 내용의 근본적 재검토와 속도의 조절이 필요하며, 통화 및 재정정책의 엄밀한 선택이 또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