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와 내 친구들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를 자신의 관심밖에 둘 수 있고 일부러 알려고 애써야 알 수 있는 것으로 만든 것은 또한 사회일 것이다. ‘대학생의 무관심’이 문제요, 하지만 무관심해도 괜찮다고 한 것은 또한 사회이다. 사회는 끝없는 경쟁일 뿐이고 그 속엔 승자와 패자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경험하고 배운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아닌 약육강식의 사회였던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사회와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분리된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임을 아는 것이 이 시대 우리 젊은이들의 임무이다.
지난 두 달간 나는 씨티-경희대학교 NGO인턴십에 지원했고 ‘함께하는시민행동’에 배치되어 상근자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더 밝고 즐거운 세상을 꿈꾸고 함께 행복한 세상이 가능한 것임을 믿었고, 그 일을 위해 기꺼이 지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회를 생각하는 젊은이’라는 이미지는 왠지 모를 부담감을 준다. ‘운동’이라는 말이 주는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학교의 학생회 출신도 아니고, 정치라는 분야는 나와는 별도의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고, 무심결에 운동은 불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저 그런 아이에 불과했다.
이런 나에게 시민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의 ‘운동’이 운동권의 ‘운동’과 같은 말임을 깨닫는 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내가 얼마나 편협한 사람이었는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운동은 어느 특정 집단이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바꾸어 나가려는 행동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이것에 대한 무지는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니다.
내가 방학동안 NGO에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시민단체에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시민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내 주위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다르다. 그들에게 저 상황들은 모두 다른 것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NGO에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땐 ‘좋은 일 하는구나’, ‘대단하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NGO라는 단어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밝고 긍정적이고 보람된 일을 하는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시민단체에서 일을 한다고 했을 때는 ‘시민단체? 교과서에 나오는 진짜 시민단체?’라는 식의 반응이 나온다. 시민단체라는 말은 교과서에서 보았고 하는 일에 대해서도 배워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한다고 하니 신기하다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시민운동을 한다고 말하면, 반응은 가장 격하다. ‘너 드디어 데모하는구나’를 시작으로 걷잡을 수 없는 충고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도 어쩌면 저렇게 생각했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해보기 전에는 말이다.
나는 저 세 가지 표현을 모두 포함하는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뿐인데 저렇게 다양한 반응들을 들으니 재밌기도, 우습기도, 한편으론 속상하기도 했다.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누가 그렇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으로 만들었을까’ 위의 세 가지 모두를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 일, 그것은 시민운동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시민운동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자리 잡았을 때, 함께하려는 노력과 관심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서 급격한 사회변동 없이 편안하게 살아온 세대가 어느덧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 중 더 나은 세상을 위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과 소통하는 일, 같은 꿈을 꾸더라도 조금은 다를 수 있는 세대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일, 이것은 내가 앞으로 살아갈 우리나라 시민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관심한 대학생들이 자신의 주변을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하고, 모든 것은 함께 사는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일, 그리고 그들에게 더 나은 우리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일, 어느 하나도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현실과 마주친 내가 느꼈던 괴리, 없어도 될 충격으로 힘들었던 나 자신, 이것은 내가 극복해야할 일이었다. 또한 어느 정도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젊은이들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사회운동이 다가가기 쉬운 것으로 만드는 일, 우리가 함께 하는 일로 인식하게 하는 일, 이러한 일들을 위한 어느 정도의 현실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평범한 대학생이 감히 말해본다. 또한 이렇게 이미지만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꾸준한 시민운동가의 삶을 살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고 싶다.
김승민 이화여대 4학년·함께하는시민행동 전 인턴
김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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